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에게 돌아갔다. 왕립과학원은 재산권과 계약에 대한 그들의 경제학적 연구를 높이 샀다. 중국에 이번 노벨경제학상이 갖는 의미는 크다. 중국은 현재 불완전 계약 체제에서 강력한 재산권 보호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계약도 모든 상황을 특정할 순 없다. 따라서 계약은 통상 누가 어떤 상황에 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지정한다. 특히 시장에 권한을 부여하려고 시도하는 중앙 계획 경제에서 계약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개방 초기에 퍼진 불완전 계약

지금까지 중국의 개혁가들은 계약이 필요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중국 지도부는 ‘농촌 가구 책임 체제’와 ‘기업 계약 책임제’를 국유 기업에 적용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기본적으로 농민과 노동자에게 더 많은 의사 결정 권한과 이익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농민과 노동자들은 국영 공동체와 기업에서 더 강한 근로 동기를 가질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1994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세금 분배 문제를 다루기 위한 재정 개혁 때 이와 비슷한 방식을 채택했다. 그때 중앙정부는 토지 및 지역경제 발전과 관련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했다. 이는 개발 촉진에 도움이 됐다. 문제는 이런 불완전 계약이 지방정부 공무원에게 특혜를 줬고, 이것이 부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각 이해 관계자들에게 의사 결정 권한과 이익에 대한 일부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시장경쟁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불완전 계약은 중국이 사유 재산권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전에 시장경쟁의 토대를 형성했다. 이렇듯 중국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계약 방식이 필요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불완전 계약은 해결책이 아니다. 중국에는 보다 명확하고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사법 체계가 뒷받침된 재산권 개념이 필요하다.

중국은 불완전 계약의 허점으로 인해 발전이 더뎌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농촌에서는 농지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법적으로 농지는 지역농민들이 집단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농지 사용권은 30년 동안 개별 가구에 귀속돼 있다.

농지 사유화 없이는 농민들이 자신의 땅을 시장가치로 매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도시 개발 과정에서 공권력의 남용과 부패가 생길 여지가 있다. 중국은 고성장기에 도시와 농촌의 토지 가치가 급등한 만큼 이는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나아가 불완전한 기업 계약 시스템은 국유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국유기업들은 국유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해왔다. 국유기업들은 수익을 내면 그 수익금을 관리자와 직원들이 나눠 가졌다. 문제는 1990년대처럼 대규모 손실이 났을 때다. 이 경우 돈을 빌려준 국유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부실채권을 떠안았다.

주룽지(朱镕基) 총리 시절에 중국 정부는 기업 부채 문제를 매각과 민영화 방식으로 해결했다. 부실채권은 국유 자산 관리 회사에 매각하고 상대적으로 부실 규모가 작은 국유기업은 민영화했다. 남아 있는 대형 국유은행과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덕분에 이들 기업은 홍콩·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 대형 국유은행과 국유기업은 대형 공공 기반시설 건설사업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국유기업들은 중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자금과 인력자원의 활용률이 민간 부문보다 훨씬 비효율적이었다. 나아가 국유기업은 에너지와 원자재 시장에서 부패와 가격 왜곡의 핵심 세력이 됐다.


중국 상하이 자딩 지구에서 한 노동자가 연못 건너편에 건설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 대도시 근교 농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중국 정부는 농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아 농민들은 시장가치로 농지를 매각할 수 없는 상태다. <사진 : 블룸버그>
중국 상하이 자딩 지구에서 한 노동자가 연못 건너편에 건설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 대도시 근교 농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중국 정부는 농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아 농민들은 시장가치로 농지를 매각할 수 없는 상태다. <사진 : 블룸버그>

시진핑 반부패 척결 노력은 충분치 않아

대형 국유기업이 증시에서 갖는 지배적 지위는 중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방해했다. 대형 국유기업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면 민간 기업들이 투자금 확보에 애를 먹었다. 또 대형 국유기업들이 합병 및 인수에 나서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가 부문을 단속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에 들어갔다. 시진핑 정부는 2012년부터 대규모 반부패 척결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는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발생한 비효율과 권력 남용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환경 오염과 과잉 생산, 과잉 부채 등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상태다.

중국의 불완전 계약은 청산돼야 한다. 사법 개혁으로 재산권 및 계약 분쟁 해결을 위한 제도화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강력한 파산법을 제정하면, 중국 은행과 주정부는 실패한 부실 기업을 시스템 밖으로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중산층 육성을 통한 경제 발전을 꾀한다면 보다 완벽한 계약을 기반으로 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재산권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중국 지도부는 이를 위해 올리버 하트와 홀름스트룀 교수의 연구를 눈여겨봐야 한다.


▒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교수,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최고연구위원

▒ 샤오강(肖耿)
홍콩대 교수,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