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itizen: Vol 1. 2022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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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표지정보

작품 나비현정_허니문(虛 你 聞)

mixed media on canvas_73x73cm_2022

작품 설명 나를 비우고 달빛의 이야기를 듣는다.

통권 제1호 2022년(계간) ISSN 2951-4916 발행일 2022년 12월 8일 발행처 (사)미래희망기구 발행인 정진환 편집장 하현경 자문위원 최두환, 조창범, 오준, 이상기 출력 및 인쇄 삼경광고기획 Copyrights © 2022 All Rights Reserved 미래희망기구 Hope to the Future Association http://www.hopetofuture.org/ 대표전화 02-6952-1616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76 구독 및 광고문의 outreach@hopetofuture.org


세 계 시 민 , 나 와 우 리 의 이 야 기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를 접하고, 경험과 도전을 배우고, 본인만의 창의적인 과정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합니다. ㅡ 발행인 인사말 중에서



LETTER from

청년들이 연대하는 세상을 위한 세계시민 매거진이 첫 발을 내딛습니다.

‘Global Citizen: 세계시민’ 매거진은 외교부 등록 비영리 사단법인 미래희망기구가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고자 창간한 계간지입니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Leaving no one behind)’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갈 우리 청년들이 국제 사회에 대한 연대감을 바탕으로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국내·외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2022년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 이후 새 전환점을 맞이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인종 차별과 혐오, 테러와 인권 유린 등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변이와

위협이 존재합니다. 인류는 사회, 경제, 교육, 문화, 환경 등 많은 영역에 해결 과제들을 당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해 있는 다양한 문제들 사이에서 인류가 보다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계로 향하기 위해서는 주도적이고 책임감 있는 행동 정신과 상호 존중을 이루어낼 수 있는 관용 정신, 즉 ‘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청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딛고 불과 반 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경험을 기초로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한 촉진자(facilitator), 개발도상국을 돕는

후원자(supporter), 국제 공공선 증진을 위한 의제 설정 주도자(initiator)로서 이제는 국제 사회에서 당당히 신뢰받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 역사의 도전은 벅차고 힘겨웠어도 늘 청년들의 이상과 투지, 열정이 희망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세계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의 핵심 해결책은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간, 즉

‘세계시민(global citizen)’에 있습니다. 매거진을 통해 우리 청년들이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를 접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세계시민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도전을 배우고, 나아가 본인만의 창의적인 과정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합니다.

청년들에게 더욱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청년들이 능동적인 주체이자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2022년 11월 10일 발행인 정 진 환

ChoungJinhoan


Letter from Global Citizen 발행인 레터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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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_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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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세계시민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MESSAGE

_최두환 전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문화 편견을 극복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국제 무대 진출의 시작점 _구삼열 전 유니세프 총재고문

왜 세계시민인가? _오준 전 UN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세계시민과 세계시민교육 _정우탁 전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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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전하는 희망

PHOTO

_유재력 한국광고사진가협회 고문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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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과 행성연합 _박용민 국립외교원 경력교수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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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외칩니다 _유준형 유엔 아시아 태평양 평화군축센터 부소장

저는 한 사람의 세상을 바꾸는 인권변호사입니다 _신정민 인권변호사

축구에서 찾은 남수단의 희망 _임흥세 남수단 올림픽 위원회 부위원장

지구촌 그늘진 구석에 햇살을 나르고 싶어요 _신지혜 유엔세계식량계획 전문관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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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가 국제 보건 안보에 미친 영향 _류은주 삼양 바이오팜USA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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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이것도 인연인데, 인권 연구하고 갈래요? _대구국제고 인권연구동아리 CO;URT

혁신적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꿔요 _안양공업고등학교 XR융합응용학과

If you want peace, work for peace. _유엔평화대학(University for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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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나비로 만난 世上 _나비현정 작가

CIVIL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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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동은 미래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_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국제적 연대와 공동행동의 시대를 열다 _커넥트에이드(Connect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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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자전거 탐험가와 함께 떠나는 세계일주 _황인범 민간외교 자전거 탐험가

EMER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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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이 가르쳐 준 따뜻함에 대하여 _윤서현 학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명 특허를 만났을 때 _김해담 학생

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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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가 들려주는 세상을 바꾸는 17가지 목표: SDGs _황수아 학생

편집자가 추천하는 세계시민 도서 ............110 매거진 발행기관 소개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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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 김학준 작가

반기문 전 총장은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의 임기를 마친 현재까지도 국제 분쟁 및 테러리즘, 환경 재앙 등 평화 유지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핵 무기로 인한 핵겨울에 비견될 정도로 위협이 되는 것은 '기후 변화'라며 기후 위기 해결을 강조한 반 전 총장을 만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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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Citizen: 세계시민' 이 청년을 위한 공간으로서 다양한 시각에서의 국제 사회를 담기를 바란다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다. 반 총장은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청년세대를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유엔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유엔(United Nations, UN)은 다자주의를 통해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실현하고자 1945년에 설립되었어요. 2차 세계대전으로 문제시된 강대국 간의 ‘힘의 균형’을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다시 말해, 보다 보편적인 규범을 수립해 각국의 이익을 조정함으로써 지속적인 평화를 정착하고자 한 거예요. 유엔이 국제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의 협조와 회원국의 동참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2015년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의 비준 과정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협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말이죠.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veto) 행사로 부결되는 등 최근 강대국 간의 대결 및 긴장 구도가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은 유엔 주요 사안에 영향을 미치면서 유엔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즉, 다자주의 체제가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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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인도적 지원 및 개발원조사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내야 하고 다자주의를 중심으로 한 국제 질서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자주의를 회복하고 회원국의 선의와 자결(自決)에 기초한 자발적 실천이 우선되고, 선진국의 자금과 기술력 지원이 이루어질 때에서야 비로소 유엔의 본래 기능이 정상화될 거예요. 이 외에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해 최근 SDGs 달성 경과 모니터링을 이유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곳곳에 있지만, 저는 유엔이 1945년 창설 이래 국제 평화와 안보, 인권, 개발이라는 3대 핵심 목표를 실현하는 데에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DGs는 유엔 회원국의 선의와 자결에 기초하여 발족된 아젠다이자, 정치적 약속이기 때문에 각국의 정치지도자들이 목표 달성에 대한 결단을 하고 용기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조약이나 협약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개별 국가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과 기술력을 갖춘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더 많은 지원과 협조를 제공한다면, 글로벌 차원에서 목표 달성이 보다 순조로울 거예요. 현실적으로 2030년까지 SDGs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유엔은 SDGs 후속 메커니즘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제의한 Social Summit 2025 개최 또한 SDGs 후속 조치 중 하나예요.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SDGs, 지속가능발전목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를 말합니다.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라고도 불리고요. 정의와 인권, 성평등, 공동체, 자연, 생태계 보호 등 포괄적 삶의 가치들을 포함하는 국제적인 약속이자, 정책 도구이죠.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환경부 지속가능포털 홈페이지(http://ncsd.go.kr/un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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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ESG 거버넌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2020년 초, 코로나19와 함께 글로벌 차원에서 급속하게 확산된 이슈가 바로 ESG였죠. 환경 (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축약한 단어로 기업이 기존의 재무적 요소를 영위하는 데에 더불어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한 경영을 해야 ‘지속가능한 경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ESG는 뜬금없이 등장한 개념은 아니에요. 유엔 차원에서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의제죠.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 공동체에게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경제·사회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켜 주었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친환경 경영이나 사회적 책임 경영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경영 철학을 넘어 규범으로 정립되고 있습니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적 가치가 아니라 필수적 가치가 되었어요. 다만, ESG가 기업 경영의 규범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비해 평가요소가 여전히 난립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외에 600여 개의 평가기관이 있고 370여 개의 평가요소가 산재되어 있어요. ESG 평가요소와 평가기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거죠. 인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실질적 경영 방법에 대하여 난감해하기도 하고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객관적 기준의 정교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2021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 를 바탕으로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ESG 공시 기준을 만들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작년 12 월에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61개 요소로 구성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SG는 시장의 원리에 입각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앞세울 이슈가 아닙니다. 정부가 ESG에 개입할수록 ‘진흥’이 아니라 ‘규제’가 된다는 것을 늘 정책의 기초에 놓고 개입을 줄이는 대신 경영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해요. ESG 경영을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과 같이 올바른 경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곧 정부의 역할입니다. 이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현 정부가 ESG를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하고, 정책 방향의 초점을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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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교육이라 발표한 것에 대해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비슷한 논리로, 국민들은 기업 생산물의 최종 소비자라는 경제학적 지위를 바탕으로 ESG 생태계를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ESG 실천 기업은 ‘돈쭐’나게 하고 역행 기업은 ‘혼쭐’을 냄으로써 강하게 추동할 수도 있고요. 국민은 이러한 지위를 활용하여 기업의 위장 환경 경영(Greenwashing), 근로자의 인권 침해 등 기업의 부정적 관습을 근절하는 데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요. 친환경 경영과 관련, 화석 연료의 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저탄소나 무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이고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음은 분명합니다. 아직까지 사용 비율이 높은 화석연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제는 고집할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1차 에너지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비중이 80%에 달하죠. 이런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변화가 보이는 단기적인 에너지 전환은 현실성이 없고, 오히려 전환에 따른 다양한 문제에 잘 대응하기 위한 정교한 계획을 수립하고 난 뒤 중·장기적 전환에 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화석 연료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하겠죠. 그런데 분명한 것은, 화석 연료도 기존의 방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 4월 발표된 IPCC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 6차 평가보고서 중 제3실무그룹의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를 땅 속이나 바다에 포집‧ 저장‧활용하는 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이 점점 실용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화석 연료의 이용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안하고 시스템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의 녹색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궁금합니다. 위기가 찾아오면 취약 계층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되죠.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다양한 금융 수단을 활용하여 개발도상국에 지식과 경험을 지원하고 녹색성장 관련 사업이 수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다자간 국제개발은행은 이러한 인프라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저렴한 차관(loan) 형태로 지원하여 개발도상국이 자국의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기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적응 능력을 높이자는 목표로 설립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에서도 기금을 투자하고요. 이러한 재원은 기후 변화로 인해 빈도가 잦아진 홍수나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수리시설을 만드는 기후 변화 적응 사업이나 전력 시설 확충에 석탄 발전 대신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게 하는 재생 에너지 사업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요. 다자간 국제개발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대응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주선해주기도 해요. 실제로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의 형태로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사업에 선진기후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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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요. 선진국의 민간 금융이 사업 자금에 포함되도록 중간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것이죠. 나아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지원을 꺼리지 않도록 사업을

반 전 총장이 설명하는

UN과 ESG

보증하는 것 또한 다자간 국제개발은행의 역할입니다. 이렇게 금융, 기술, 지식, 그리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개발도상국에서도

녹색성장과 관련된 사업이 수행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야 합니다.

2004년 말,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는 ‘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 (Who Cares Wins: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 보고서를 통해 ESG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공식화했어요. 2006년, 유엔은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ESG의 등장 배경

PRI)’을 통하여 투자자는 ESG를 투자에 적극 반영하고, 기업은 ESG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했어요.

과거에는 기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정량 지표만이

2021년, COP26을 거쳐 ‘글래스고

기준이 되었습니다. 매출, 경비, 인건비, 영업의 순이익 등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

재무 지표에 나타나는 계량적 요소들만이 기업 경영에

합의가 발표되었죠. 이 합의에 따라

있어 중요한 요소였어요. 하지만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영향력이 커지면서 등장한 개념인 ESG는 환경적, 사회적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를

요인과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이고 비계량적인 요인들을

설립하여 기후 및 지속가능성의 보고 표준과

기업의 경영 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공시 기준을 통합하기로 하였어요.

말합니다.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점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지향하는 바와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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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유엔 회원국으로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현재 우리나라는 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중 하나지만, 이러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새천년개발목표(MDGs, 2000-2015) 발족 당시, OECD 회원국들은 2015 년까지 공적개발원조(ODA)의 규모를 국민총소득(GNI)의 0.7%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결의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여 2030년으로 목표 기한을 연장했어요.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 대비 ODA 비중 현재 0.16%에 불과한 수준으로, 국력과 경제 수준을 고려한다면 원조 규모를 확대해야 해요. 한 나라의 국제적 기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ODA 규모라 했을 때, OECD 권고액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죠. 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Just Transition)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어요.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이며,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를 40%로 대폭 상향하여 진정성 있는 정책 추진 의지를 보였죠. 하지만 한국은 주요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고, 이 비중이 8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 접근보다는 매우 정교한 중장기 계획과 투명한 과정과 절차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DGs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약속들은 지구촌의 모든 나라들이 한 마음으로 매일매일 노력하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습니다.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선출 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보낸 액자 선물이다. 반 전 총장은 고교 시절 케네디 대통령의 "우리가 서로 도움의 손길을 건넬 의지만 있다면 국경은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공익을 위해 힘쓰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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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한 마디. 우리와 다른 민족의 문화를 포용하고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공감(empathy)의 태도가 가장 중요해요. 저 또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노력했던 부분이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와 공감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영어를 비롯한 유엔 공식 언어 등의 외국어 실력을 키우는 것 또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에요. 저도 학창 시절 열심히 갈고 닦은 영어 실력 덕분에 미국 백악관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외교관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한국 문화란 무엇인가’, ‘한국의 전통음식은 무엇인가’와 같은 주제로 공부를 했는데, 이 외에 희망하는 직무 혹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세계시민의 출발점은 한 국가의 구성원을 넘어 77억 인류의 구성원이라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에요. 세계시민의식은 인류의 위협을 타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Global Citizen: 세계시민’ 계간지가 독자들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기여하고 청년 세대가 국제사회에서의 지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당부하고 싶어요. 기후위기 대응은 제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글로벌 이슈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자,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갈 열쇠를 쥐고 있는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제2의 지구가 존재하지 않듯, 기후위기 대응에도 제2의 계획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We do not have a Plan B, because we do not have a Planet B either!”

반기문 2007년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여 안전보장이사회 만장일치로 2016년까지 역임하였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인류의 최대 과제로 여겨 2015년 제21차 당사국 총회(COP21)에서 파리 협정 채택에 기여하였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장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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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칸트의 세계시민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인터뷰 최두환 전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세계시민을 위한 매거진은 ‘Global Citizen: 세계시민’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세계시민론의 관점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국제화를 이야기한 매거진 '세계시민 Cosmopolitan'의 발행인인 최두환 교수를 만나보았다.

정년 퇴직 후 종이 잡지를 펴내셨다고요. 내가 2000년에 정년 퇴직하면서 처음 한 것은 계간지 창간이 아니라, 괴테의 자서전 제목을 딴 <시와 진실>이라는 출판사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후 출판사의 홍보 역할을 할 계간지가 필요했어요. 해방 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각 시대정신을 대변해 주었던 계간지인 「사상계」와 「창작과 비평」에 대해 생각하던 중, 21세기의 시대정신은 세계시민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지요. 그리하여 계간지 「세계시민 Cosmopolitan」을 창간하게 되었어요. 내가 창간을 결심했을 당시에는 대학 졸업생들의 취직이 어려웠고,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정부에 국내 대학생들의 반응은 “니나 가라”는 것이었어요. “니나 가라!”, 이 한 마디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취업난이 극심했던 1960년대에는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독일의

광부와

간호원으로,

중동의

개발사업장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떠났지요. 국내 취직 경쟁에서 낙오되어 해외로 떠난 것이죠. 내가 계간지를 창간한 2015년 경의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세계시민 Cosmopolitan / 발행인: 최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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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을 알고 있었고, “니나 가라”는


말에는 자신은 국내 경쟁에서 낙오된 자가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우물 안에서 경쟁하는 개구리들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1989년 발간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자서전인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가 당시에 백만 부 이상이나 팔렸는데도 말이에요. 현대 '세계시민' 개념이 칸트의 이념에서 유래했다고요. 칸트의 글 「세계시민의 시각에서 본 인류 보편사의 이념 (이후 ‘보편사의 이념’으로 약칭함)」에 그가 주장한 세계시민의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모든 나라가 비록 가장 작은 나라일지라도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 안전과 권리를 보장받는 인류보편적인 세계시민의 상태로 이르게 된다”

는 것이 이 책의 요지입니다. 11년 후에 발표된 칸트의 또 다른 글 「영구평화론」에서 칸트는 ‘세계시민의 상태’라는 용어 대신 ‘세계시민법’ 이란 용어를 사용해요. 이 글은 불어 등 외국어로 번역되었고,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큰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칸트가

주장한

‘세계시민법’이

유엔

탄생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요. 칸트는 국제연맹, 나아가 국제연합의 토대가 된 세계시민법의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했습니다. ‘세계시민법은 인류의 보편적인 우호 조건에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에 대한 이유를 덧붙였어요. 서구의 문명화된 국가가 타국에서 저지른 부당한 행위들은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부당하고 끔찍한 행위’란 영국이 저지른 흑인 노예 경매 시장과 인도 침략을 말합니다. 이러한 행위가 너무나 끔찍한 나머지 칸트는 차마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에 담지 못하죠. (그 후 영국은 19세기에 중국에 진출하여 아편전쟁을 일으키기까지 했지요.)

최두환 전 한국괴테학회장이 자택 서가에서 「세계시민 Cosmopolitan」 계간지 창간호(2015)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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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보편적인 우호 조건에 국한해야 한다’는 규정에는

이러한 끔찍한 행위들뿐만 아니라 원조라는 미명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

아래 온갖 형태의 내정 간섭 또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어요. 이런 관점에서, 칸트는 작은 나라나 큰 나라가 올림픽 경기에서 역량을 발휘하듯이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문화와 자신의 근원적 소질을 내세우며, 평화로운

“자연은 전쟁을 통해서, 전쟁의 과대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그로 인한 모든 나라의 고통스런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세계시민의 상태를 완성하려고 활동하는 사람 모두를 '세계시민'이라고 말했어요.

궁핍을 통해서 ... 결국 무수한

하지만 당시에는 합의된 개념이 아니었기에

황폐와 몰락을 거쳐 그들의 힘을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을 것 같아요.

고갈시킨 다음에야 비로소 그렇게

「인간 불평등 기원론」, 「에밀」, 「사회계약론」 등으로

많은 불행한 경험 없이도 이성이

유명한 루소는 칸트의 세계시민법을 두고 환상적인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으로, 즉

꿈이라며 조롱했어요. 루소는 영구평화는 거의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 나라들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한 학자거든요. 그렇지만

연맹을 맺는 것으로 몰고 간다. 이러한 연맹(Voelkerbund)에서는

칸트는 스스로 루소의 조롱을 인용하면서 매우 더디기는 하나 ‘세계시민의 시대’는 반드시 오리라고 확신했지요. 그의 확신은 9개의 명제로 이루어진 「

모든 나라가, 비록 가장 작은 나라

보편사의 이념」 중 제7명제를 살펴보면 알 수 있어요.

일지라도 안전과 권리를 보장받을

제7명제에는 왼쪽과 같은 대목이 등장합니다.

수 있는 세계시민의 상태에

우리는

이른다.”

번역하지만, 원문 ‘Zum Ewigen Frieden’을 정확히

편의상

칸트의

글을

영구평화론이라

번역하면 ‘영원한 평화로 가는 길목’입니다. 칸트 스스로도 세계시민법에 기초한 국제연합과 같은 - 제7명제 중에서

연합체가 출범하는 날이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다만 그러한 길로 가는 긴 과정을 중요시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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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칸트가 만한 ‘긴 과정’은 사후 역사에서 어떻게 드러나나요? 칸트가 「보편사의 이념」을 세상에 내놓은 연도는 1784 년이었어요. 그로부터 2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면 2-3세기 후의 일을 이토록 정확하게 예견한 그의 안목에 감탄할 수 밖에 없어요.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래요. 나폴레옹 전쟁 때 독일은 약 10 년간 나폴레옹 군대 지배 하에 있었지요. 1814년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한 후 50여 년이 지난 1871년에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 후 그 여세를 몰아 프랑스의 수도 파리까지 습격했어요.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빌헬름 황제의 대관식을 거행하고 제2독일제국을 선포했죠. 이는 나폴레옹에게 당한 치욕을 보복한 것이었지요. 그로부터 다시 40여 년이 지난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독일은 패전국이 되어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야 했어요. 그로 인하여 독일은 극심한

독일 쾰른 아데나워 동상 앞에서 (2016년)

경제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그러한 사태는 결국 히틀러의 나치 정권을 탄생시켰지요. 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지 불과 20여 년만에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무수한 황폐와 몰락을 거쳐 모든 힘을 고갈시킨 다음에야 비로소(제 7 명제, 「보편사의 이념」)”

독일과 프랑스는 화해했어요. 1962년 카톨릭 신자인 드골과 아데나우어가 프랑스 대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올렸던 것이 화해의 상징으로 유명하죠. 세계 곳곳에서 국가간의 다툼이 발생하며 탈세계화 시대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요. 칸트의 세계시민 이론으로 미루어 볼 때 어떻게 현 시대를 바라보아야 할까요? 여러 언론에서 탈세계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지만, 아직까지는 과장된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탈세계화 시대가 도래하기 전, 탈세계화의 성향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야겠네요. 지난 세기 역사를 돌아보면 여러 사건들이 있었어요. 80년대 말에 소련 체제가 무너지고 독일 통일이 이루어졌어요. 2차 세계대전 후 40년이나 지속된 냉전시대가 종식되고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도 했죠. 그 후 미국의 경제적 독재를 막는 한편 21세기 태평양-아시아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과 중국이라는 이른바 G2 사이에서 발언권을 얻기 위해 서유럽의 통합기구,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이 생겨났습니다. 칸트의 「보편사의 이념」 제4명제에는 인간 상호간, 나아가 국가간의 다툼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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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자연이 인간의 모든 소질을 계발하게 하려고 사용하는 수단은... 사회에서 인간끼리의 다툼(인간의 반사회적 사회성 ungesellige Geselligkeit)이다. 그 자체가 사랑할 만한 속성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기적인 자만에서 반드시 마주치는 저항을 만들어내는 반사회성이 없다면, 인간의 모든 재능은 조화로움과 만족감, 서로 사랑하는 목가적인 삶 속에서 영원히 꽃 피우지 못하고 묻혀버릴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키우는 양처럼 선한 사람은 결코 그러한 가축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자신에게 부여하지 못할 것이다.”

쉽게 말해, 인간은 폭력적인 존재인 동시에 타인을 필요로 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지난 세기를 돌아보면 여러 분쟁 및 통합의 움직임이 있었어요. 한국전쟁도 그 예죠.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어 미국을 위시한 16개국으로 구성된 유엔군과 중공군이 참여함으로써 3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어요. 동족 간의 혈투로 남북 가릴 것 국토가 초토화 되어 세계 최대의 빈민 지역으로 전락하게 만든 한국전쟁 그 자체는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극심한 다툼의 상황들은 -앞서 언급한 칸트의 ‘긴 과정’처럼- 결국엔 공생하기 위해 화합의 길로 가게 될 거예요. 그 과정이 얼마나 길게 걸릴지라도요.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근원적 소질을 잃지 않되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세계시민의 상태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 고향은 종교와 언어 그리고 부부의 인연” 언어의 이쪽과 저쪽에 있던 최두환-레기네최 씨는 시를 매개로 1965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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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앞서 우수한 국내 대학생들의 "(외국에는) 너나 가라"는 반응에 충격을 받아 계간지 발간을 서둘렀다고 말했죠. 하지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고하는 국내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자주 느낍니다. 춤과 노래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간 한류 바람은 전 세계에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고, 현재 한국 청년들은 동남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 등지와 미국 등 전 세계 청년들의 교류가 활발한 실정이니까요. 또한 전 세계 소식과 여행을 테마로 한 TV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바로 칸트가 말한 “우호적인 방문”의 모범적 사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죠. 2015년 내가 창간한 「세계시민 Cosmopolitan」 계간지의 주요 독자층은 국내에 거주하는 대학생이었어요. 2022년 새로이 창간되는 「Global Citizen: 세계시민」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시민들에까지 닿을 거예요. 이 매거진을 읽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 독자 여러분들은 칸트의 세계시민법을 초석으로 태어난 유엔, 그리고 유엔이 제시한 인류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한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라요.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청년 세대들에게 세계시민으로서 글로벌 사회의 번영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 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최두환 1958년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후 1982년까지 독일 괴팅겐에서 유학생활을 하였다. 그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독문학 교수를 지냈으며 (1982~2000), 한국괴테학회장을 역임하였다(1993~1997). 1999년에 바이마르 국제 괴테학회 명예회원이 된 그는 2000년 정년 퇴직한 후 ‘시와 진실’ 이라는 출판사를 창립하여 괴테의 세계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청년들의 국제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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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문화 편견을 극복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국제무대 진출의 시작점 인터뷰 구삼열 전 유니세프 총재고문

1994년, 뉴욕의 유엔 총회의실에서 구삼열 유엔 공보처 국장이 약 1,000여 개의 비정부기구들과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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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열 선생은 1993년에 유엔에 진출한 '우리나라 유엔 진출 1세대'라 불린다. 유니세프 총재고문을 역임한 것을 비롯하여 40년 이상 국제인으로 살아온 만큼, 국제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국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경험담과 조언을 전했다. 더불어 국내에서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그는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와 문화 편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국제기구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학창 시절부터 외교관이 되고 싶어서 신문을 보면서 여러 국제 이슈를 통해 영어를 공부했던 기억이 나요. 대학 졸업 후에는 코리아헤럴드(The Korea Herald)에 입사해 외교부에 출입 기자 로 취재하러 다니는 일을 했는데, 직접 현장에 가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 제 성격과 잘 맞 고 재밌었죠. 그래서 이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언론대학원을 졸업한 뒤 AP 통신사에 입사해 유럽 특파원으로 로마에서 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죠. 돌이켜 보면, 취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어요. 1981~82년에는 레바논 전쟁을 취재하러 갔었는 데, 매일 전쟁에 대한 기사를 읽고 쓰다 보니 하나의 사건도 여러 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절 실히 느꼈어요. 특히 당시 교황이셨던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분열을 강조하고 유도하는 내용의 취 재는 곤란하다’며 ‘세계가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기사를 써 달라고 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 말씀이 마음에 깊게 와 닿아서, ‘이렇게 취재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한 명의 관찰자로 사건을 바라보기 보다는 직접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열정도 생겼고요. 그런 생각이 들 기 시작하면 기자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거예요. (웃음) 그러던 중, 뉴욕에서 유니세프 총재님을 우연한 기회로 뵙게 되었고, 아동 복지를 위해 함께 일하 자는 제안을 해 주셨어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 당시 어린이들의 권익을 위한 일은 각국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었거든요. 믿지 못하시겠지만 처음에는 그 제안을 거절했어요. 이틀 뒤 마음을 바꿔 결국은 그 길을 걷고자 했고, 그렇게 유엔에 발을 들이게 되었네요. 그 이후 유엔에 대한 인식이 변한 점이 있다면요. 사실 제가 기자로 유엔을 취재하던 때에는 유엔에 대해 비판적이었어요. 피상적으로 봤을 때에는 모든 국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할 줄 알았고, 그러한 수많은 일을 다 해내지 못하고 있 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유엔 본부의 구성원으로서 일을 시작한 후에 그 인식이 바뀌 었어요. 평화, 환경, 인권 등 다루어야 하는 일들이 매우 많고, 눈에 띄진 않아도 전 세계 모든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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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가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내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소의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난 이 후부터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국제기구, 특히 그 중에서도 유엔 직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국제 공무원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국제적 중립을 지키는 태도가 중요해요. 저 또한 유엔 조직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대한민국을 대 표하거나 대한민국의 입장을 대변한 적이 없었어요. 탄자니아 국적의 직원, 칠레 국적의 직원, 대 한민국의 직원, 국적에 무관하게 모두가 동일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근무하 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무하시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 사회인이 되었던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사건이 있었네요. 그 중에서도 제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언어 장벽도, 생소한 외국 풍습도 아닌, 저 스스로가 가진 ‘문화적 편견(Cultural bias)’을 극복하는 것이었어요. 하나의 예로, 저 스스로 모든 문화적 차이에 상당히 단련된 사람이 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경험이 있네요. 제 비서 자리가 공석이 되어 면접을 진행했는데, 그 중 프랑스 여성보다 네팔 여성에게 면접 시간을 더 적게 할애했던 제 자신에게 깜짝 놀랐지 뭐예요.

AP 특파원 시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같은 비행기에 동승하여 교황의 외국 순방을 취재하였다.

AP 특파원 시절 미국 항공모함 훈련 취재를 위해 동료 기자와 함께 리비아를 방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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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든 청년들이 ‘열린 문화 사고(Culture-Free Attitude)’를 가지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다른 문화를 가져도 같은 민족처 럼 함께 할 수 있는 편안함이 생겨야 비로소 편견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

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독교 신자인 제가 성 경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유엔 헌장(UN Charter),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그리고 MDGs와 SDGs입니 다. 세계시민이 되려면 위의 요소들을 하나의 보편 적 가치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해요. 쉽게 말하자면, 일상에서 묻어 나오는 차별을 경계하는 것이죠. 예 를 들어, 우리가 일상에서 우리 국민과 외국인 노동 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거나, 같은 한국인을 재미

문화 다양성은 인류의 공동 유산이며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혜택으로서 인식하고 확인해야 한다.

문화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윤리적으로 의무이며,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과 뗄 수 없는 것이다.

교포와 재일교포로 분류하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타 문화를 차등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내 청소년들이 국제기구에 진출하려면 무엇 이 가장 중요한가요?

각 국가는 국제적인 의무를 지키며, 운영적 지원이든 적절한 규제든 적합한 수단을 통해 문화 다양성을 규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우선 본인이 국내 기관이 아닌 국제기구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나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이나 스

집단의 참여와 포용을 증진하기 위해

스로의 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그 사명감을 기

문화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지식과

둥 삼아 근무의 보람을 찾고, 닥치는 어려움을 잘 극

실천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복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또, 나의 미래 커리어와 가 장 연관된 국제기구를 고르고, 나의 업무 성향과 맞 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본부에서 일하며 숲을 볼지 세계 각지의 필드에서 나무를 볼지도 결정해 야 하죠.

교육을 통해 문화 다양성의 긍정적 가치 인식을 증진하고, 이런 목적에서 교과 과정 구성과 교사교육을 향상해야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영어와 국제 상식, 다시 말해 세 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반응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정

- 2001년 11월 2일

말 필요해요. 만약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기로 마음

프랑스 파리 제31차

을 먹었다면, 원하는 근무 국가와 우리나라에만 관

유네스코 총회 중에서

심을 국한하여서는 안 됩니다. 나라의 위치에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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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유니세프 조정관으로서(오른쪽) 유엔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의 채택을 위해 국제의회연맹(IPU, Inter-Parliamentary Union) 총회에 참석하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1989)

없이 동참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손을 들어줄 수 있는 태도 함양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각 나라는 언어도, 문화도, 풍습도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브랜드라고 봐도 틀릴 게 없습니다. 국가 브랜드위원회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는데, 저는 지 금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를 하나의 ‘구슬 목걸이’로 봤 을 때, 한국인 피아니스트의 국제 콩쿠르 우승이나 올림픽 유도 우승, 빌보드 차트 입성과 같은 구 슬들은 한국의 아름다움, 문화의 우수성 등을 잘 알릴 진취적인 기회에 불과하죠. ‘구슬이 서 말이 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가진 수많은 구슬을 하나하나 꿰어 하나의 목걸이로 완성해 내야 해요. 끊어지지 않는 목걸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구슬을 잘 가공해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저는 우리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매끄럽고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 로, 그리고 꾸준히 찾아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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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전 세계 모든 어린이를 위한 약속, 유엔아동권리협약 1989년 11월 20일, 국제사회가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 증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약속입니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을 포함한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협약이자 국제인권법으로, 대한민국도 헌법 제6조에 해당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문과 54개 조항으로 구성되며 제1조부터 42조까지 실제적인 아동권리 내용을, 제43조부터 54조까지는 협약의 이행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https://www.unicef.or.kr/about-us/unicef/mission/convention-on-therights-of-the-child/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권리 보호를 약속한 국가들의 중요한 합의문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누가 아동인지, 아동이 가진 권리와 정부의 책임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모든 권리는 연결되며, 각 권리는 모두 동등하게 중요합니다. 아동의 권리는 어느 경우에도 박탈될 수 없습니다.

구삼열 현재 교육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Education)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68년 AP 통신사 기자, 해외 특파원으로서 국제사회에 발을 디딘 이후 18년간 국제기구에서 근무하였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조정관, 유엔 공보국(UNDPI) 진흥섭외국장, 국가브랜드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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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왜 세계시민인가?

글 오준 전 UN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21세기에 새로운 관점으로 등장한 ‘지구촌 사회’의 대두와 함께, 지구촌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하는 ‘세계시민’은 올해 화제의 키워드 중 하나다. 그럼, 우리는 왜 세계시민이 되어야 하는걸까? 오준 전 UN 대사가 그 질문에 답했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30만-150만년 전 사이에 불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언제부터 사용했 든지 간에, 산불이 붙은 나뭇가지에 처음으로 불을 붙인 우리의 조상이 있었을 것이다. 불에는 절 대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종족의 금기를 무시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두려움을 억누르고, 새로 운 시도에 도전한 최초의 조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가 있었기에 우리는 불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불의 사용으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훨씬 많아지고(요리), 활동 가능한 시간 이 늘어나고(조명), 살 수 있는 지역도 넓어져서(난방), 번식과 지능 발달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 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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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이렇게 오래 전 불을 사용하게 된 것이 오늘날 교통과 통신의 획기적 발달을 가능하 게 한 단초를 제공했다. 불과 에너지를 요리나 난방 또는 무기로만 사용하던 인류는, 3백년 전 산 업혁명으로 엔진을 발명하고 장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기차와 배, 자동차와 비행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기의 발견 이후 전화, 전보, 인터넷 같은 통신수단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 다. ‘세계화(globalization)’의 시대를 연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곳이 가까워지고 연결되어, 누구 든지 쉽게 교류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화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각종 혜택과 함께 기후 위기나 전염병, 불평등의 증대 같은 세 계적 문제들도 가져왔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은 세계화로 인해 시작되거나 악화된 것들 이 많다. 기후 위기만 생각해 봐도 문명의 발달이 초래한 위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엔진으로 움 직이는 기차와 배를 사용해 가보지 못한 먼 곳을 갈 수 있게 된 인간은, 그러한 동력을 얻기 위해 수 억년 전에 땅에 묻힌 죽은 식물(석탄)과 유기물(석유)을 파내 태우게 된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얻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화석 연료의 과도한 사용이 대기 속 탄소 비중 을 높이고 지구온난화를 일으켜, 이제는 기후 변화를 중지시키는 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절대적 인 과제가 되었다. 2년 반이 넘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유행병도 문명의 발전으로 사람 과 가축의 숫자가 너무 늘어난 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사람과 동물이 적절 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 수 있었던 생태계 공간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변이를 거듭하는 팬데믹의 위협 속에 세계 각국은 방역과 국경통제를 반복하면서, 심각한 경제난이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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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이러한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고 세계화의 저주가 아닌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이는 인류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가들이 평소의 갈등과 분쟁을 덮어놓고 인류 전체를 위해 협력해야 할 텐데, 현실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모 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우선정책’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 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보면, 국가들이 잘못된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상 에는 민족주의 또는 국가주의적 편향성, 정치지도자들의 포퓰리즘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 으나, 결국 전 세계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귀착된다고 본다. 우리 모두가 어느 특정 국가의 시민임과 동시에 인류의 구성원이고 세계의 시민이라는 확장된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엔이나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 이라고 부른다. 세계시민의식의 핵심은 ‘보편적 가치’와 ‘다양성의 존중’이다. 즉,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최대한 공유하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과 관용을 중시하는 것이다. 유네스코 헌장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시작하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 속’이라고 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을 세계시민으로 의식하고, 인간의 마음 속에 ‘평화와 공존의 방벽’을 세워야 한다. 자기 민족과 국가만 중요하고 남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면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 17세기 우리나라에 표류해 온 하멜은 네덜란드를 출발한 지 7개월 만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19세 기말 최초의 외교사절로 미국을 방문한 민영익은 뉴욕에 가는데 3개월이 걸렸다. 미국이나 네덜란 드를 14시간 내에 갈 수 있는 현재와 달리, 그들의 시대에는 아무도 세계시민이 될 수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멜이나 민영익은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야 그간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으나, 우 리는 지구상 어느 곳에 있든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 것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여기 서 지금! (Here and now!)’ 일어나는 일이 바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된다.

국가 간 갈등 현상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결국 전 세계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귀착된다고 본다. 우리 모두가 어느 특정 국가의 시민임과 동시에 인류의 구성원이고 세계의 시민이라는 확장된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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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4백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민족국가제도라는 틀에 묶여 있다. 국가 들은 그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서로 간 힘에 의 한 경쟁에서 이기는 데만 집착한다. 사람들 개개 인은 세계를 단위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는 데, 국가와 정부는 지구와 인류의 앞날보다는 자 기 울타리 안의 이해관계를 챙기기에 급급한 것 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세계시민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 정도가 민주국가가 되었고 민주주의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다. 보다 많은 국민이 세계시민의식을 갖게 되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는 자연히 새로운 우선순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 세대가 열린 마음으로 ‘세계적 공동선(global common good)’을 추구함으로써 인류의 밝은 미래를 확 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보면, 세계시민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유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유엔과 세계시민

우리 모두는 각자가 속한 국가의 시민이지만, 자기 국가와 민족만을 생각하지 않고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느끼고 국제사회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곧 ‘세계시민’이다. 오준 전 대사는 ‘보편적 가치’와 ‘다양성 존중’을 세계시민교육의 키워드로 꼽았으며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Leave No One Behind)’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도 세계시민의 염원과 포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지구 공동체 전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열린 마음과 자세, 아는 바를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와 기술로 실천에 옮기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세계시민이 더욱 필요하다.

일한 전략인지도 모른다.

오준 현재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과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외교관으로서 주 유엔 대사와 주 싱가포르 대사를 역임했다. 국제적으로는 71대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의장,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의장 등 역할을 수행하였다. 서울대 학사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저서에는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 (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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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세계시민과 세계시민교육 글 정우탁 전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장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출범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배경은 무엇이며, 세계시민교육에 담긴 철학은 무엇일까? 아울러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과 한국 사회가 세계시민의식 고취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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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화 흐름이 주춤해지고, 개별 국가가 독자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가를 위한 애국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2022년. 한국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족, 도시국가 같은 작은 정치 단위를 넘어서서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동체를 의식한 지는 오래되었다. 기록상으로는 그리스 시대 디오게네스가 “나는 세계시민이다.”라고 처음 말하면서 세 계시민사상의 선구자로 간주된다. 철학에서는 이런 사상을 소위 ‘코스모폴리타니즘(Cosmopolitanism)’이라고 명명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세계시민사상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인종과 민 족의 경계를 넘어선 코스모폴리타니즘은 로마제국에서도 받아들여졌고, 중세 가톨릭 보편주의에 서도 약간의 편린(片鱗)이 보인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던 시기의 유럽 도시국가는 도시 자치 를 절대적으로 추구하면서, 한편 개방적 정신도 지닌 혼합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면면히 흐르던 코 스모폴리타니즘은 18세기 유럽에 계몽주의라는 찬란한 꽃을 피우고, 20세기에 국제연맹과 국제 연합(UN; 유엔)이라는 범 세계적 국제기구를 탄생시켰다. 1945년에 창설된 유엔은 이러한 세계시민사상의 뿌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네스코 는 헌장 서문에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평화 또한 인간의 마음에서 구축해 야 한다.”는 세계시민 철학을 명문화하였고, 1948년에 선포된 세계인권선언 또한 세계시민사상 을 30개 조항으로 간략히 정리한 것이라고 보여지고 있다. 유네스코의 평화교육, 인권교육, 상호 문화교육, 이를 망라한 국제이해교육은 바로 이러한 세계시민사상을 교육에 담은 것이다. 유네스 코는 유네스코학교를 전 세계 각국에 지정하며 범 지구적 실천을 강조하였으며, 지구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자 환경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을,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되자 세계시민 교육으로 진화하였다. 세계시민교육이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 총장이 “이제는 세계시민을 양성할 때”라고 선언한 이후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주창을 유네스 코가 이어받아 세계시민교육 담당 부서를 만들었고,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2013년 9월 첫 세계시민교육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후 이러한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모 두를 위한 평생 학습을 향한다’는 이념 아래 300여명의 회원국 대표, 국제기구,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14년 오만 무스카트 선언과 2015년 인천 선언에서도 채택되었다. 유네스코는 인천선언 을 유엔에 보냈고, 마침내 2015년 9월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7개를 채택하면서 SDGs에 세계시민교육을 포함시켰다. SDGs에 세계시민교육이 포함되었다는 것은 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첫째, 교육정책, 둘째, 교 육과정, 셋째, 교사교육, 넷째, 학생역량에 세계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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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MESSAGE from Global Citizens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추천도서 Pick!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청소년들의 세계시 민역량이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역량 을 키울 수 있을까? 유네스코는 인지적 역량, 사회 감 성적 역량, 행동 실천 역량 등 세 가지 역량을 구비할 것을 권고한다. 인지적 역량은 세계의 빈곤 문제, 빈 부 격차 문제, 난민 문제, 지구 환경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탐구함으로써 함양 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신문이나 방송에 국제 뉴스의 비중이 적다는 점에서 해외 자료를 자주 접 할 것을 권장한다. 해외 이슈를 알게 되는 것뿐만 아 니라 자연스럽게 영어, 불어, 일본어, 중국어 등 어학 관련 지식도 함께 습득하고, 더 나아가 세계시민의 기본 소양도 갖출 수 있다. 사회 감성적 역량을 갖춘

「세계시민교육과 SDGs」 (2021) 정우탁 저

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 해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말한다. ‘나 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우리 나라에서 일어났다 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

이 책은 (사)세계시민포럼에서

장, 다른 나라의 입장에 서서 해당 이슈를 바라보는

기획하는 세계시민학 총서 시리즈의

연습을 통해 이해와 공감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행

두 번째 도서로,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

동 실천 역량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 철학을

아태교육원이 '세계시민교육'을

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생활하며 어려움을 겪고

유엔의 글로벌 의제로 만들기 위한

있는 외국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행동, 위기를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담고 있다. 결국

겪는 다른 나라의 상황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 활동,

세계시민교육은 2013년 9월 첫 회의를

기부 활동, 지구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적 실천

시작으로 2014년 5월 무스카트 회의,

등은 모두 세계시민이 되는 소중한 행동과 실천이다.

2015년 5월 인천 회의를 거쳐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하나로 채택되었는데. 그 역사적 흐름과 배경을 상세히 알아보자.

한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세계와 동떨어져 살아 왔다. 한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뛰어든 것 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 이후이다. 그리고 30년 만에 세계 유수 의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들어서고,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 는 나라이며, 반도체 등 첨단 과학 기술 강국이자,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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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음악 등에서 세계 문화 산업 선진국이다. 아마도 이러한 성취는 세계 시장과 세계 무대를 잘 활 용한 세계화 정책의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숙 고해 보아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국가의 이익만 추구하고, 선진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은 애써 외 면하고 있지 않는지. 존경받는 문화 선진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사고에서 탈피해서 세계시민주의 철학으로 나아가는 것이 첩경(捷徑)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는 향후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 혁신 아젠다이기도 하다. 미래 한국을 이끌 한국의 청소년들도 세 계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세계 선진국이면서 존경받는 문화국가인 한국, 우리는 그에 걸맞는 가치관, 철학을 가지고 있는 걸까?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사고에서 탈피하여 세계시민주의 철학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청년 과제이다.

정우탁 「세계시민교육과 SDGs」의 저자이자 경희대학교 객원교수로서 한국의 세계시민교육을 증진하고자 세계시민교육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네스코 아태국제이해교육원장을 역임하였으며 세계시민교육을 2015 세계교육포럼의 인천선언문, SDGs, 그리고 유네스코의 <교육 2030> 계획에 반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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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from Global Citizens

사진으로 전하는 ‘ 희망’

사진 유재력 한국광고사진가협회 고문 유 작가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대한민국 광고사진의 1세대라 부른다. 미얀마 아동과 청소년들을 기록한 작품들로 'Happy Road to Save the Children'이라는 타이틀로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유 작가의 사진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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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D810 Tamron 24-135mm f3.5-5.633 2018


SAMSUNG NX500 Samyang 12mm f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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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X500 Samyang 12mm f2.8 2017

해발 880m에 있는 인레(Inle) 호수는 폭 11km, 길이 22km로 미얀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NIXON D810 Tamron 24-135mm f3.5-5.6 2018

이 곳 어린이들의 눈빛이 맑고 빛나는 까닭은 인내, 자비, 나눔의 가치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의 눈빛에서 제가 본 희망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작가 소개: 유재력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국제적으로 활동한 사진작가다. 말레이시아 페락주 왕실 사진가로 활동하였을 때에는 페락주 PPT 훈장을 수여하였다. 중앙일보 사진기자를 역임하는 등 국내에서도 사진작가로서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한국광고사진가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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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과 행성연합 글 박용민 국립외교원 경력교수 텅 빈 행성에 혼자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해보죠. 그 사람에게 ‘나’라는 말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무 뜻도 없지 않을까요? 부모가 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됩니다. 옆집이 있기 때문에 우리집이 있습니다. 다른 동네들이 있으니까 우리 동네라는 게 있고요, 다른 민족이 없다면 우리 민족이라는 말도 의미가 없을 겁니다.

내가 누구냐는 것을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이라고 하는데요, 남이 없다면 내가 누군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런 남의 존재를 타자성(他者 性, otherness)이라고 합니다. 언뜻 보면 서로 반대말인 거 같지만, 생각보다 정체성은 타자성에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벽을 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벽에 기대 서 있는 셈이죠. 수정주 의자가 없을 때 정통주의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공화파가 없다면 왕당파라는 말에 무슨 의미 가 있겠습니까.

인간의 자아, 그러니까 ‘나’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요? 인간이 만든 공동체 중에서 지리적 경계를 가진 가장 큰 실체는 국가입니다. 민족공동체, 이념공동 체, 신앙공동체처럼 나라보다 큰 공동체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 있을 뿐, 지도에 그릴 수도, 구성원 의 이름을 다 적을 수도 없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폴리스적 동물(zoon politikon)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단순히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거나 정치적 동물이라는 것보다 더 구체 적인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국가에 거주하는(state-dwelling) 동물이라는 거죠.(폴리스는 지리적 경계를 가진 고대 그리스의 국가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 밖에서 살 수 있는 존재 는 인간 이하이거나 인간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했던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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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세계시민이란 뭘까요? 기록상 세계시민이라는 관념을 제일 먼저 사용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견유학파 철학자 디오게 네스였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 말에 “나는 세계의 시민이다”라고 답했 다죠. 맞아요. “원하는 걸 말해보라”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고 계시니 좀 비켜달라”고 했다던 그 사람입니다. 대제국의 제왕 앞에서도 그는 주눅 들지 않고 “나는 당신이 주관하는 나라 들의 질서 밖에 있다”는 얘기를 그런 식으로 한 셈입니다. 세계시민들이 등장하는 SF 드라마가 있습니다. 스타트렉(Star Trek)은 현재 파라마운트사가 판 권을 소유한 8개의 독립된 TV 시리즈와 13편의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소설 및 기타 관련 상품 프랜차이즈를 일컫는 이름입니다. 1966년에 처음 제작되었고, 요즘 제작되어 방영중인 시리즈도 있습니다. 방송역사상 스타트렉에 비견할 수 있는 현상은, 편수로 치면 일본의 건담 시리즈, 기간 으로 치면 (시청자층은 그보다 훨씬 엷은) 영국의 닥터 후(Dr. Who), 소재의 유사성으로 치면 (양 적으로는 훨씬 성긴) 스타워즈(Star Wars) 정도 말고는, 없습니다.

스타트렉의 세계는 지구가 하나로 통합되고 우주의 다른 외계종족들과 행성연합(United Federation of Planets)을 이룩한 세계입니다. 1996년 영화 ‘Star Trek: First Contact’ 는 2063년 인류가 광속엔진을 발명해 벌컨이라는 외계종족과 최초로 조우하는 내용을 그렸 습니다. 2001~2005년간 방영된 TV드라마 ‘Star Trek: Enterprise’는 인류가 최초로 먼 우주를 탐사할 우주선을 만들어 첫 항해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드라마 속의 시간대로 따지면 이야기는 2017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Star Trek: Discovery’, 2022년부터 방영중 인 ‘Star Trek: Strange New Worlds’로 이어지고, 1966년부터 3년간 방영되었던 최초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그 후의 시대인 23세기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인공은 금발의 백인 제임스 T. 커크 함장(배우 William Shatner)입니 다. 함교에 근무하는 고정출연진에는 벌컨족, 러시아인, 일본인,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장교 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7월에 작고한 흑인 여배우 니셸 니콜스(Nichelle Nichols) 가 통신장교 우후라 역을 맡았는데요, 말컴 X 암살이 1965년, 마틴루터 킹 암살이 1968년 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1966년 당시로서는 매우 진취적인 설정이었습니다. 지구촌이 하나 가 된 미래를 그리는 SF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배우 우피 골드버그(Woopi Goldberg)는 어린 시절 스타트렉을 보면서 깜짝 놀라 소리쳤답니다. “엄마! TV에 흑인 여 자가 나오는데 하녀가 아니에요!” 골드버그는 우후라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하죠. 훗날 그녀는 ’Star Trek: The Next Generation’에 고정 출연하는 외계인 역할을 자청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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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for Global Citizens

23세기의 지구에서 인간들은 서로 갈등과 배신을 하지 않는 단계로 발전했을 것이 라는 원작자 진 로든베리(Gene Roddenberry)의 고집스러운 비젼 때문에 시나 리오 작가들은 엄청나게 고생을 했답니다. 갈등 없는 드라마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 덕에 초창기 스타트렉의 갈등은 거의 언제나 외계인이나, 외계인에게 정신을 사 로잡힌 승무원으로부터 비롯되어야만 했습니다. 주인공들이 탑승한 우주선 엔터프 라이즈호의 사명은 새로운 외계생명체와 그들의 문명을 탐사하는 것입니다. 안타 깝지만, 이것이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한계입니다. 지구가 하나 되기 위해서는 지 성을 가진 생명체가 사는 다른 행성이 필요합니다. 국경이 사라진 게 아니라 확장 된 거죠. 세계시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외계인이라는 타자성이 필요했다 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는 세계 정부가 없기 때문에 스타트렉과 같은 세계시민은 실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세계시민정신이라는 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디오게네스 흉내를 내보는 거예요. 그래도 문제가 남는데, 어떤 세계를 꿈꾸느냐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가령,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처럼 빅브라더가 구성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상을 통제하는 세상을 염원하는 사람은 없을까요? 알카에다나 IS는 중세적인 이슬람공동체를 확장시키고 싶어합니다. 유나바머는 기술문명을 혐오 하면서 그것을 파괴하려고 폭탄테러를 기획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새로운 세계의 정의였던 거죠. 옳다고 생각하는 목적을 위해서는 나쁜 수단을 써도 된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세상 을 만들 수 있을까요? 세계시민을 자처하는 운동이 종종 무정부주의(anarchism)로 수렴되는 것은 전 인류가 합의한 질 서와 그로부터의 일탈을 통제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인간이 국가 밖에서 인간답기 어려운 이유는 국경을 초월하는 질서를 만들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까 세계시민정신을 함양하려는 사람은 지금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질서는 국가 간의(inter-national) 관계가 규범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태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인류 가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가장 앞선 규범이 하나의 문건으로 집약된 것이 유엔헌장입니다. 그것은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권리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전문)하고, “인종, 성별, 언어, 종교와 관계없이 모든 인간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을 증진하기 위한 국제 협력 달성”(제1조 3항)을 목적으로 삼는 규범입니다. 이것은 개인이 누리는 자유의 총량이 늘어나 는 것이 진보이자 발전이라는 가치에 바탕을 두는 규범입니다.물론 현실에서는 영향력이 큰 유엔 회원국들조차 헌장을 종종 위반합니다. 국가간, 문명간의 충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편적 가치 가 존재한다는 신념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세계시민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큰 나라들이 저마다 다 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거나, 인권과 자유가 서구의 편향적인 가치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은 충돌하는 문명들의 수동적인 구성원이나 폭력적인 압제의 지지자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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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보편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신념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세계시민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큰 나라들이 저마다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거나, 인권과 자유가 서구의 편향적인 가 치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은 충돌하는 문명들의 수동적인 구성원이나 폭력적인 압제의 지지자 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당신의 타자성은 이웃나라입니까? 다른 종교입니까? 고래입니까? 북극곰입니까? 세계시민이 되 려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버젼의 정의를 무한정 추구하면 세계는 오히려 난장판이 될 겁니다. 자 유와 인권에 바탕을 둔 절차적 정의와 국제법 규범을 중시하는 사람만 세계시민 정신의 수호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잠시나마 인간 이상의 존재로 만들어줄 비결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외계인이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박용민 국립외교원 경력교수이자 대한민국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1년에 외교관이 되어 미국, 일본, 오만, 인도네시아, 르완다 등 여러 나라에서 근무했다. 영화, 여행, 음식, 음악 등에 관한 저서가 있고, 헨리 키신저의 『회복된 세계』,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공기의 연구』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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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세계시민 스토리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세계시민으로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더 나은 미래와 지속가능한 발전, 이들은 과연 어떤 계기로 해외로 발걸음을 내딛은 것일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세계시민을 직접 만나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계시민 소개

유준형 네팔 카트만두

신정민 미국 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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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세 남수단 주바

신지혜 에콰도르 키토


Story 01.

전쟁과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외칩니다 인터뷰 유준형 유엔 아시아 태평양 평화군축센터 부소장

한국에서 비행기로 여섯 시간 떨어진 나라, 네팔. 이곳에서 국제 평화를 위해 힘쓰는 한국인이 있다. 바로 유준형 부소장이다. 2014년 대한민국 외교부 JPO 제도를 통해 유엔에 처음 발을 들인 이후 오스트리아 빈, 미국 뉴욕을 거쳐 현재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근무 중인 기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현재 제가 부소장으로 근무 중인 기관은 유엔 사무국의 군축실(UN

Office

for

Disarmament

Affairs;

UNODA) 산하의 지역센터인 유엔 아시아 태평양 평화군축센터(UN Regional Centre for Peace and Disarmament in Asia and the Pacific; UNRCPD) 입니다. 본 센터는 1987년 제42차 유엔 총회 결의안 A/4239D에 의거해 1989년 설립되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다양한 국제 군축 체제 및 조약들을 이행하는 것을 돕고 국가 간의 신뢰구축을 도모하는 역할을 합니다. 각 국가들이 평화, 안보, 군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실천적 도움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지구촌 전체의 군축 및 비확산을 촉진하는 거죠. 국가 내에서도, 지역 간으로도 대화의 장을 늘리기 위해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가입 10 주년을 맞아 2001년 군축·비확산 국제워크샵을 개최한 이후 유엔 아시아 태평양 평화군축센터와 공동으로 매년 한-유엔 국제군축비확산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제1위원회에 “청년과 군축·비확산 (Youth, Disarmament and Nonproliferation” 제하 결의안을 단독 상정하여 제74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바 있다.

일례로 본 센터에서는 아태지역 내 비국가행위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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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대량살상 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를 확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540호 이행을 돕기 위해 다양한 법적 및 제도적 장치들을 홍보하고 필요한 경우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재래식 무기(Conventional Weapons)의 효과적인 통제를 위한 다양한 지원할동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카트만두로 근무지를 옮기셨는데, 근무 환경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뉴욕에서 정무관(Political Affairs Officer)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국제협약 및 결의안이 협상 의 과정을 거치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조율되어 보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 외교관분들 께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열렸던 핵비확산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 NPT) 평가회의를 지 원하는 업무를 했었는데요. 아쉽게도 결과문서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4주 동안 치열한 외교전과 협상과정이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전 지구적 재앙이 될 수 있는 핵무기의 오용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유엔 차원의 노력에 작 은 부분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서의 경험이 전 지구를 아우르는 매크로한 경험이었다면, 카트만두에서는 아태지역의 각 국 가들이 이러한 조약과 협약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행하는지, 또 특히 개발도상국이 이러한 국 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 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직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를 익혀나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많 이 배우고 성장하여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외교부 및 국방부 관계자들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워크샵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에서 두 번째, 동티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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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힘든 부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동력이 되나요? 군축은 안보를 걱정하는 국가들 간 상호 신뢰가 구축되어야만 실현이 가능합니다.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재원들이 국가 간의 불신과 오해로 인해 군비경쟁으로 흘러들어가 고, 최악의 경우 전쟁까지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교류와 대화 그리고 투명성 을 통한 상호 간의 신뢰 구축이 매우 중요하죠. 유엔 군축실, 그리고 지역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신뢰 구축을 위해 서로 협의하고, 나아가 전 세계의 안전을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비인간적인 살상무기인 대량살상무기가 더 이상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큰 규범에 공감하는 많은 국가들이 모여서 핵무기, 화학무기, 그리고 생물학무기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 는 모습에서 유엔이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허탈 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군축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매우 느리게 협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전 세계가 비핵화라는 큰 명제에 공감을 표한지 벌써 5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핵무기가 존 재하고,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크고 작은 내전뿐 아니라 국가 간의 전쟁까지 발발 하는 것을 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제한적이구나’라는 생각에 힘이 빠지더라구요. 그럼 에도 불구하고 전쟁 당사국들이 유엔 본부에 모여서 얼굴을 붉힐지언정 무기가 아닌 말로 논쟁을 벌이고,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로 식량 수출이 재개되는 등의 모습을 보면 작은 곳에서부터 유엔은 지속적으로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세계시민으로서 어떤 세상을 꿈꾸나요? 저는 인간(人間)을 사랑하며 희망을 놓지 않는 세계시민입니다. 문화권이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종교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쉽게

아프리카연합 본부에서 결의안 1540호 이행을 위해 열린 Points of Contact 트레이닝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 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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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말해, 누군가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다른 한국인'이 아니듯,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묶일 때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세계시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핵무기가 없는 세상, 전쟁이 없는 세상, 무력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 누군가는 뜬구름을 좇는다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그러한 세상을 위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유엔 근무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국제정치학이나 외교학을 공부해야만 유엔에서 근무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엔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의사부터 회계사, 변호사, 물류 전문가, 건축 공학사 등 전문 인력들이 서로 다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전공을 선택했든 본인의 경험을 살려 전문성을 쌓고, 한국을 넘어 세계를 위한 국제 감각을 살린다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유엔에 전문직(Professional 또는 Level P)으로 입사하기는 정말 어렵죠. 저 또한 한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JPO 제도 덕에 조금 더 수월하게 유엔 직원으로서의 생활과 역할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밖에서 바라보기만 할 때와 직접 경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고, 내가 정말 이 곳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 유준형, 2014년 JPO 합격자(이스탄불, 유엔인구기금)

JPO(국제기구초급전문가) 제도란? 한국 정부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정부의 경비 부담 하에 유엔 등 국제기구에 청년 전문가를 파견하는 제도. 국제적 역량과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자국인의 국제기구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로서, 우리나 라는 1996년부터 2020년까지 총 213명의 JPO를 선발하여 국제기구에 파견해 왔으며, JPO 제도를 통해 유엔 에 입사하게 되면 P1 또는 P2 직급으로 1년 동안(최대 2년) 근무할 수 있다.

※ 파견 현황 및 성과 선발 년도

1996

1997

1999~2002

2003~2004

2005~2010

2011~2014

2015~2017

2018~2019

2020

인원(명)

5

4

매해 5

매해 7

매해 5

매해 15

매해 10

매해 15

20

참조: 외교부 국제기구인사센터 (https://unrecruit.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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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02.

저는 한 사람의 세상을 바꾸는 인권변호사입니다 인터뷰 신정민 인권변호사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인권변호사를 만나본 적 있나요? 2021년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보스턴 매사추세츠 민권과(Civil Rights Division)의 신정민 변호사를 만나 세계시민을 물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세계시민의 의미, 그리고 인권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그녀가 걸어온 길이 궁금하다.

학창 시절부터 세계시민의식을 키워 나갔던 것인지요. 학창 시절에는 세계시민이라기보단 그냥 세계시민 워너비였던 것 같네요. 저는 세계 정세와 국제 문제들에 대해 늘 궁금한 학생이었어요. 놀랍게도 10학년 때 교내 세계시민상(Global Citizenship Award)을 수상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몰랐었던 시절이었어 요. 그럼에도 학창 시절 중국에 살면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 선생님들과 교류하면서 자랐던 것이 긍정적인 영향이 된 것 같아요. 학교 활동의 일환으로 이집트, 싱가폴, 중국 등 각지에서 열린 모의 유엔 회의를 경험해 보았고, 외국인 친구들과 인권에 관련한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돌아보니 이러한 경험이 세계시민의식을 갖고 성장하는 데 좋 은 밑거름이 되었고, 성인이 되어 제 진로와 연결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었어요. 인권변호사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현재 직업을 가지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의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대학교 1학년 때 수강했던 기억과 정의(“Memory and Justice”)라는 제목의 세미나 수업이었어요. 수업에서 2차 세계대전 때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The Holocause, 홀로코스트) 이후에 유대인들이 뉘렘 베르크에서 국제법 등 다양한 법률 절차를 통해 어떻게 자신들의 정의와 존엄성 회복을 위해 힘썼 는지를 공부했습니다. 이 수업에서 국제형사법, 전환기 정의 등 새로운 개념들을 접하면서 인권변 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고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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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두 번째 계기는 저희 할아버지입니다. 할아 버지께선 원래 북한에서 태어나셨는데, 18 살 때 인민군들이 집을 몽땅 불태워 버린 후 혈혈단신으로 남한으로 건너와 6.25 전쟁에 참전하셨습니다. 북한에 가족들을 두고 오시 면서 느끼셨던 아픔과 죽을 뻔한 위기를 수 없이 겪으셨다는 경험담을 전해 들으니 할아 버지의 아픔이 없었다면 저 또한 오늘날의 자 유가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고, 그 누구도 할아버지와 같 은 고통을 경험하지 않도록 인권 개선에 힘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인권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를 해 주신다면요.

하버드 로스쿨 졸업사진

인권변호사는 변호사이기 전에 인권운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운동가는 자신 또는 타인의 기본 적인 권리들을 실질적인 권리로 만들기 위한 옹호를 하는 사람이에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업무가 수반되는 직업이죠.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자신이 옹호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목소리와 입장을 알리는 일인데, 기자회견, 신문 기고문, 방송 인터뷰,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그들이 겪은 인권 침해들을 대변하여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의 예시이죠. 또한 인권운동가는 어떤 제도적, 법적, 정책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인권이 증진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이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누구를 설득해야 하는지, 누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내고, 결정권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업무를 해요. 나아가 피해자들의 권리 옹호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끔 모금 활동을 하기도 하고요. 인권변호사는 인권운동가가 하는 모든 업무를 하되, 여기에 더하여 법률 업무까지 다룰 줄 아는 운 동가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앞에 언급된 업무 외에도 의뢰인 상담, 증인 면담, 증거 수집, 법 률 연구, 재판 준비 등의 업무를 할 수 있죠. 인권변호사는 피해자들에게 때로는 법률 조언자로, 때 로는 대변인으로, 또 때로는 친구와 동료가 되어주는 1인 다역의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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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라는 직업을 추천하나요? 만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다른

약 직업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

문화가 낯설었던 적은 없나요?

어진다면요.

저는 다양한 인턴십을 경험해 보았는데요, 미

이 직업을 추천하냐는 질문에는요…(웃음) 선

얀마에서 보낸 12주가 제게는 가장 인상적이

뜻 추천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

었어요. 로스쿨 1학년을 마친 뒤 양곤에 위치

도 사실이에요. 인권 증진을 위한 변화가 생기

한 인권 NGO에서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처음

기 위해선 수 년,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

인턴십을 시작했을 당시 미얀마라는 나라를 방

기에 업무의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문한 적도, 공부한 적도 없었기에 모든 게 낯설

때로는 진이 빠지기도 해요. 금전적인 성과가

고 생소했죠. 10명 안팎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대단한 직업도 아니고요. 하지만 사회를 좀 더

작은 기관이었는데, 매일 직원들이 각자 집에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서 음식을 가져와 점심시간마다 사내 부엌에서

가치있게 사용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다면 적극

다 같이 가족처럼 함께 요리를 하고 식사를 했

추천하고 싶은 직업입니다.

어요. 처음에는 낯선 현지 음식에 적응을 하지

하지만 저는 시간을 돌린다 하더라도 같은 선 택을 할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해 본 적이 없는 듯 해요. 정치학을 전공한 후 로스쿨에 다니면서 공부 하는 동안 인권, 법, 외교 - 이 세 분야의 접점 을 배우는 게 늘 제게는 흥미로웠거든요. 끝없 이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분야라고 느꼈습

못해 힘들게 밥을 먹는 날들이 있었어요. 시간 이 조금 지난 후에는 어떤 음식이 제 입맛에 맞 는지 감을 잡게 되어 그 때부터는 잘 먹긴 했지 만요. (찻잎 샐러드가 유난히 맛있었어요!) 가 끔 외근을 갈 때면 사방이 트여 있는 오두막에 서 동네 주민들이 손수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하곤 했는데, 더운 날씨에 실온에 보관된 음식

니다. 각 나라마다 다른 역사, 정치 체제, 문화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국이 가진 인 권 문제들 또한 수 없이 다양 해요.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하면 이렇게 다 양한 맥락에서 실현할 수 있는 가에 대한 고민은 참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숙제라고 생각해요.

미얀마 인권 NGO에서의 인턴십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식사 도중 촬영한 사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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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들이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라 식중독에 걸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한 적도 많아요. 그런데 실제 로는 외근 중에 배탈이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 었고, 오히려 주말에 친구들과 싱가폴에 여행 을 갔을 때 식중독에 걸려 고생했던 기억이 나 네요. (웃음) 이 외에 기억에 남는 활동 경험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가장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미얀마 민주주의 시위자들을 위해 열었던 모금 캠페인입니다. 앞 미국 뉴욕 유엔 대표부에서 3위원회

질문에서 제가 양곤에서의 인턴십 경험을 이야

연구원으로 근무할 당시 오준 대사님

기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2021년에 미얀

UN Rocks 공연 관람 후

마에서 충격적인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쿠데

직원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왼쪽)

타 직후 제가 함께 일했던 NGO 직원들을 포함 하여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가 군부독재 반대

시위에 참여했고, 그들의 용기 있는 저항에 보탬이 되고자 페이스북을 통 해 기부 캠페인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제 지인 몇 명이라도 저 와 뜻을 함께해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금 페이지를 만 든 것이었어요. 그런데 캠페인이 진행 된 일주일 동안 56명이 기부를 했고, 그 결과 자그마치 3천불이 넘는 돈이 모였습니다. 모금된 돈은 시위자들에 게 필요한 생필품을 전달하는데 사용 되었고, 작은 보탬이었지만 미얀마 사 람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모의유엔 회의에 부의장으로 참여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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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세계시민이라 소개하는 동시에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보는 여러분 중 일부 또한, 특권을 가진(privileged) 세계시민이라 생 각해요. 인권이 저에게 끝없이 상기시킨 사실은 제가 당연시 누리는 자유들과 행복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유롭게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 제가 원하는 곳에 살고, 제가 가진 의견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죠. 제가 누리는 이동, 표현, 교 육의 자유 등은 사실 너무나 당연히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많은 사람 들이 기본 권리들이 보장되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있고, 이 자유가 특권이 아닌 실질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될 때까지 인권 옹호를 계속해야 해요. 저는 누군가의 존엄성 회복에 보탬이 되는 세계시민이 되고 싶어요. 정확히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 억나지 않지만, 제 삶에 중심에는 “You may not be able to change the world, but you can change the world of one person."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지 몰라도, 한 사람의 세상은 바꿀 수 있 다.) 라는 말이 있어요. 학창 시절에는 풍부한 경험을 쌓고 변호사가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이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는 내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느리고, 또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지금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세하는 사람보다는 함께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그들이 존엄성 있는 존재임을 상기시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해외에서 세계시민으로의 성장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돌아보면 저를 가장 성장시킨 경험들은 미얀마에서의 인턴십 경험처럼 불편함과 불안함을 무릅쓰고 저의 안전지대를 떠나 있었을 시기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생활 환경, 문화일 수도 있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또는 이전에 해 본 적 없는 업무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할 기회가 생겼을 때 도전적인 정신으로 시도해 본다면 여러분의 역량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끝없이 성장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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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Story 03.

축구에서 찾은 남수단의 희망 인터뷰 임흥세 남수단 올림픽 위원회 부위원장 세계에서 가장 평균 나이가 어린 나라에서 축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한국인이 있다. 바로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남수단의 임흥세 감독이다. 국내 은퇴 후 남수단 유소년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현재는 올림픽 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현지 고아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축구를 통해 남수단의 변화를 꿈꾼다는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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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생각하는 ‘축구’란 무엇인가요? 축구 경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축제라 생각해요. 남녀 축구선수의 수도 약 3억만 명에 이르고,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208개의 나라가 등록되어 있어요. 유엔 회원국의 수보다 15개나 많죠. 또, 축구는 산업이자 문화이고, 비즈니스이기도 해요. 이를테면 2022년 11월 카타르 월드컵 또한 개최국에 카타르의 국가적 브랜드 홍보, 자국민의 자부심 증대, 그리고 전 세계적인 투자와 소비 지출 증가, 고용 및 사회 통합의 효과 등 어마어마한 경제적 성취를 가져다 주었어요. 그리고 동시 에 축구는 굉장히 특별한 하나의 문화입니다. 각국의 빈부 정도에 관계없이 누구든지 잘하면 세계 를 제패할 수 있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이 곳 남수단의 어린이들에게 축구는 꿈, 희망, 성공의 지렛대입니다. '축구로는 안되 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종교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실제로 2006년 독일 월드 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수단의 경기 후 축구선수 디디에 드록바는 아프리카 전역으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단 1주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춰달라."라고 무릎을 꿇었고, 내 전 중이던 코트디부아르 정부군과 반군은 이에 감동해 정말로 1주일간 전쟁을 멈췄던 일화가 있 죠. 수십 년의 내전을 멈출 수 있는 획기적인 선을 그었던 거예요. 이후 드록바는 '디디에 드록바 자선 협회'를 설립하여 현재까지도 아프리카의 검은 예수라고 불리며 에이즈와 전염병 퇴치에 앞 장서고 있죠. '우승 제조기,' '스타 제조기'로 불리던 한국을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우셨을 것 같아요. 저는 국내에서 27년 동안 중·고등학교 축구 지도자 로 활동했어요. 그 중에도 저는 국내 지도자 생활을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마무리한 후에 제가 가진 달란트인 축구를 매개체

‘우승 제조기’라 불리는 임흥세 감독은

로 삼아 지구상의 가장 열악한 곳에서 봉사하는 삶

학창 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하다가 1977

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항상 있었어요. 열악한 환경

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김주성,

에서도 축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홍명보, 하석주 등을 발굴해 우리나라

희망이라는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대표 선수를 길러냈다.

한국에서 철저히 준비를 하였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였을 때 그 꿈을 이루고자 축구공 하나를 들고 아프리카로 고민 없이 떠나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축구장이 없어 모래바닥에 사각형을 그려 골대를 만들던 어린이들과 매일 축구를 하는 게 생활이 되었어요. 어디서나 선구자, 개척자의 역

2006년 1월 51세의 나이로 우리나라를 떠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남수단 등 아프리카 54개국 중 20개국에서 ‘ 스포츠를 통한 희망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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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할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가 여태 다닌 아프리카 국가의 숫자만 해도 35개국이고, 아프리카에 온 지도 벌 써 17년이 되었네요. 어린이와 청소 년들을 미래의 꿈나무로 바로 세우는 것이 기존 세대인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 화국과 관련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요. 저만큼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많이 만난 축구선수는 없을 거예요. 1주일 이 7일이잖아요. 매일 다른 프로그램 을 개발했어요. 월요일에는 시청 사 무실, 화요일에는 고아원, 수요일에 는 부랑자 거리, 목요일에는 소년원, 금요일에는 학교, 토요일에는 클럽팀 으로 옮겨 다녔어요.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했죠. 그렇게 만난 어린이들은 집이 없어 떠 돌아다니기도 했고, 범죄자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기도 했고, 전쟁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 지 내고 있기도 했어요. 심지어는 10살을 갓 넘은 여자아이가 갓난아기를 업고 온 적도 있고요.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이들에게도 축구를 가르쳐줬어요. 이 어린이들은 평균적으로 15~17세에 세 상을 떠나요. 처음에는 15분도 채 뛰지 못했던 어린이들이 나중에는 한 시간, 두 시간까지 뛸 수 있 게 되었고,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미감염 어린이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뛸 체력이 생기자 용기 를 가지고 공부도, 일도 하게 되고요. 하루아침에 이 모든 걸 만들어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방인인 저를 믿고 희망을 키워낼 수 있도록 한 축구의 힘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웃음) 지금 계시는 남수단공화국이 올림픽 회원국이 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셨다고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저를 더욱 필요로 하는 곳이 남수단공화국(이하 남수단)이라고 생각 해 떠나왔어요. 56년간 내전을 겪은 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 는 나라, 인구의 80%가 18세 미만인 나라. 다시 그 때를 떠올려봐도 정말이지 피폐했어요. 세계 에 남수단을 알릴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영광스 러운 일은 없을 것 같더군요. 문제는 당시 남수단은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라 국가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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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이지 않았고, 당연히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에도 가입되지 않았죠. 당시 모든 국민들은 스포츠보단 의식주가 더 중요한 상황이었으니, 놀랍지 않았 어요. 다만 얼마나 오래 걸릴까 싶어 찾아보니, 최소 5개의 종목이 국제스포츠연맹에 가입되어 있 어야 하는데 두 종목(축구와 태권도)만이 가입되어 있어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제가 할 일 중 첫 번째는,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거였어요.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도 봤지 만, '먹고 사는 당장의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 무슨 올림픽이냐'는 부정적 반응이 돌아왔어요. 역사 책을 찾아가며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었던 독일의 예시를 들어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어요.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요. 그랬더니 '예산은 있냐' 고 하더군요. 막상 시작하려니 재원이 정말 부족한 거예요. 저는 우리나라에 도움을 청했고, 다행 히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여러 재단들의 도움으로 시드머니로 활용할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어요. 결국에는 2015년, 기본 요건인 5개를 훌쩍 넘은 9개의 종목을 등록 하고 남수단 올림픽 위원회(South Sudan National Olympic Committee; SSNOC)를 설립하 게 된 거예요. 이렇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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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끝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 뒤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맞아요.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은 했는데, 전쟁이라는 거대한 난관에 부딪혔어 요. 현지에서 물품을 수급하는 것이 어려워 우리나라로 잠시 돌아와 가져가려던 유니폼과 비품 만 400kg였는데요, 짐을 부치려는 순간 남수단에 내전이 일어났다는 거예요. 국제 우편 가능 국 가 목록에서 남수단이 제외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 좌절감은 정말이지 엄청났어요. 물건 은 물론이고 저도 다섯 번을 경유해 간신히 입국할 수 있었거든요. 현지 공항에서 스포츠 관계자 들, 장관들과 차관들, 국민들과 청소년들이 눈물을 흘리며 저를 맞아주었던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 도 눈물이 납니다. 수많은 역경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은 일평생 가장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제 마음 속에 남아있습니다. 개막식에서 'South Sudan'이 울려퍼지며 선수들 이 입장하던 순간에는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 펑펑 나더군요. 제가 한국인으로만 살았다면 저와는 아무 이해 관계가 없는 나라의 올림픽 종목을 창설하는 경험은 하지 못했을 거예요.

임흥세 감독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8년간 남수단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팀 총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세계시민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경험도 공유해주세요. 남수단은 수단으로부터 2011년 7월 독립한 나라죠. 독립을 이뤄냈지만 내전과 쿠데타가 끊이지 않다보니 전쟁이 그칠 날이 없었어요. 반군이 전쟁에서 총을 몰래 회수한 후 게릴라식으로 무고한 시민들을 쏴 죽이기도 했고요. 제가 처음 남수단에 온 2012년 10월에도 동네에서 총격전이 일어 났고, 앞서 말씀드린 올림픽 출전 당일에도 교전 때문에 출국이 취소될 뻔 했네요. 선량한 시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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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고 있었고, 내전으로 인해 무고한 청소년들이 소년병으로 동원되거나 고문으로 희생되기도 했 죠. 혹시 ‘소년병’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만 16세 미만의 소년은 자원병으로도 모집할 수 없고, 만 16세 이상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국가가 모집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전쟁터에 참여할 수조차 없 어요. 국제적으로 정한 규칙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현지에서는 어린이들이 전쟁에 군인으로 끌려 가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전쟁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5년 전 쯤 유니세프로부터 반군에 속한 소년병들을 대상으로 축구팀을 만들자는 제의를 받 았어요. 전쟁 현장에 있던 어린이들이 축구공을 받으니 티 없이 순수한 아이가 되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후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고 '청소년들이 총 대신 축구 공을 손에 쥘 수 있게 하자'는 사명을 가지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 매거진을 발행한

기관이자 청소년 교육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NGO인 사단법인 미래희망기구와 프 로젝트를 시작했고,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었어요. 그렇게 저도 세계시민이 되었나 봅니다. 축구공을 받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던 총을 반납하게 하 고, 전쟁터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총기 회수 운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차근차근 잘 준비하 여 앞으로는 더 많은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총이 아니라 축구공을 가지고 뛰노는 모습을 보 고 싶어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국내 매스컴과 각 국가의 축구협회들을 통해 널리 알리고 이 프로 젝트의 범위를 남수단 전 지역, 더 나아가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은 총 알받이, 자살 폭탄 테러자, 성 노예 등 전쟁의 희생자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꿈과 희 망을 가지고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모든 어린이들이 집으로, 그리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 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앞서 소개한 총기 회수 운동은 한국의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소년 병 반대 캠페인의 일환으로 축구공에 ‘Drop the Gun, Pick up the Ball’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그려 보내 주고 있거든요. 한국의 청소년들이 자신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힘든 시기를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들과 상생하기를 바랍니다. ‘나’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함께 살아가는 나’로서 함께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 하길 바랍니다. 어떤 일이 되었든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국제사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나와 관련없는 그들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도 나의 벗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소년병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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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Story 04.

지구촌 그늘진 구석에 햇살을 나르고 싶어요 인터뷰 신지혜 유엔세계식량계획 전문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적도선이 수도를 관통하는 국가, 에콰도르. 나라 이름 또한 스페인어로 '적도'를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33시간이나 떨어진 이 곳에서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를 위해 힘쓰는 한국인, 신지혜 씨가 있다. 중남미 여러 나라를 거쳐 현재는 현지 전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관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요.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쉽게 말해, 유엔세계식량계획(United Nations World Food Programme; WFP)은 이 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식량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 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목표

매년 전 세계 인구가 먹고도 남을

‘SDG 2: 기아 종식(Zero Hunger)’을 달성하

식량을 생산하는 현재도 여전히 아홉

기 위해 노력하는 기구입니다. 재해나 분쟁 등이

명 중 한 명은 배고픔에 잠든다고 한다.

발생한 지역에 식량 원조를 제공하여 ‘사람들을

유엔세계식량계획(WFP)는 ‘배고픔은 과거에만 존재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적 지원 기관(humanitarian organization) 으로, 현재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서 2 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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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고(saving lives)’, 학교 급식 지원, 소작농 역량 개발, 기후변화 대응 등의 활동을 통해 사 람들의 ‘삶을 바꾸는(changing lives)’ 일을 합 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 으로 식량 위기가 심화한 상황에서 기아를 막기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 상하기도 했어요.


현지에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 나요? 저는 WFP 에콰도르 사무소에서 모니 터링과 평가(Monitoring and Evaluation; M&E)팀 소속으로 모니터링 과 리포팅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모니 터링은 사무소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 가 계획한 대로 실행되고 의도한 목표 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 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자료 수 집 및 분석 후 의견을 도출하는 일입니 다. 리포팅은 사무소 내 또는 기구 내에 서 정보공유, 의사결정 등을 위해 하는 보고와 프로젝트를 펀딩하는 공여기관 (donor) 보고를 모두 포함합니다. 이 외에 제안서 작성·검토, 개발은행 및 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왼쪽에서 두 번째, 에콰도르)

라이빗 섹터 협력 등 파트너십 업무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WFP의 국가사무소는 각 국가의 정책 기조에 맞추어 5개년 국가전략계획(Country Strategic Plan; CSP)을 수립합니다. 에콰도르 사무소는 (1)이주민·난민 지원, (2)소작농 역량 강화, (3)재 난 위험 경감 및 기후변화 대응, (4)유·아동 및 취약계층 영양 개선, (5)인도적 물류라는 다섯 가지 전략목표를 세우고 이에 기반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시행하고 있어요. 모든 전략목표가 중요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 사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WFP뿐 아니라 많은 유엔 기구들에서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 련된 프로젝트가 수적으로나 규모로나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WFP 에콰도르에서는 WFP 콜롬비 아와 함께 두 국가간 국경지대에 걸쳐 있는 원주민(Awá)과 아프리카계(Afro) 지역사회가 기후변 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 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통지식을 보강하고, 대체작물을 연구하며, 주요 생계 수단이자 삶의 터 전인 숲과 맹그로브 습지를 보전하는 활동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이를 통해서 기후변화가 주민 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식량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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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근무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나라마다 사업마다 제각기 다른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가 나고 자란 한국과 언어와 문 화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 적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개방적 태도와 다양성 존중은 단 연 유엔의 핵심 가치(core values)인데, 진정한 '열린 마음'은 생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겪으 면서 비로소 얻어지는 것임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업무적으로는 아무래도 인력이나 예 산 등 현실적인 문제가 제일 크게 다가와요. 문제는 곳곳에 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은데, 저희가 줄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특히 규모가 작은 국가사무소일수록 재원도 사람 도 부족하고요. 사업 진행에 있어서는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고, 기초선/종료선 조사 등 기본적으 로 해야 하는 모니터링 활동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할 때 안타깝다고 느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 간이 찾아오는 보람찬 순간들 덕분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현장에 나가서 직접 변화 를 확인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가 하는 일이 헛되지 않았 구나'라며 스스로 위로하는 동시에 '이 사람들의 삶이 변화하고 있구나,' '더 열심히, 더 잘 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가면, 때로는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보고서 작성이나 숫자 검토도 한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어요. 볼리비아 추키사카(chuquisaca) 주에 홍수가 발생하여 지역의 식량안보 긴급평가 설문조사를 위해 피해지역에 위치한 한 학교를 방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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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분야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제가 지금까지 개발협력이라는 하나의 커리어 우물을 판 것은 맞지만, 여 기에 극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한국 밖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고 세계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 우 리나라와 같은 날씨인 곳은 어디일지, 나와 같은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있다면 어디에 있을지 처럼요. 어른이 되어 어디선가 일을 하게 된

석사 졸업 후 지금까지

다면 무엇이든 부족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멋있게 표현하자

4년 정도 일했으니

면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던 것이 지금의

경력상 ‘주니어’ 단계의

자리까지 오게 된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 대

끝자락에 와 있네요.

한 막연한 동경 또한 있었고요.

현장에서 보고 듣는 것들이

중남미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한 몫 했어요. 볼리비아에서 1년 여간

동기가 되고, 더 즐거운

근무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콜롬비아, 온두라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것

스, 과테말라 같은 국가들의 사업을 주로 맡게 되더라고요. 무엇 때문이었

같아요.

는지 결국 다시 중남미로 돌아오게 되었고, 저는 지금 이 곳에서 하고 있 는 제 일이 너무 좋아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볼리비아 과라니에서 원주민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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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국제기구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도, 멋있고 싶어서도, 반대로 사명감만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실제로 막연하게만 바라봤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말할 수 있 게 되었네요. 저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 편에 있는 나라에 와서, 외지인이라면 쉽사리 가보지 못할 지역도 종종 방문해요. 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하루 종일 달리는 날도 있고, 원주 민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매일매일 다른 통역사 분과 함께 설문조사를 다닌 적도 있어요. 하나하 나 특별하고, 흥미진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지만 타지에서 지내는 만큼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 기도 합니다.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지역사회의 변화 속도가 더디면 허 무할 때도 있고요. 국제기구, 특히 해외 근무를 꿈꾼다면 이런 모든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가치관, 적성, 생활방 식 등에 부합하는지 충분히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회 초년생이라면 인턴, 봉사단 등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으니 적극 활용하시기를 권하고요. 직접 경험해보고 자신과 맞는 길이라면 계속해서 경력을 쌓아나갈 발판이 될 것이고, 아니라면 국제 무 대에서 역량을 쌓아 다른 도전을 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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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제기구 커리어를 쌓는 데 한국 정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외교부의 중남미 지역기구 인턴 파견 프로그램으로 시작했고, 유엔봉사단(UNV)을 거쳐, 현재는 KMCO에 선발되어 유엔에서 근무하고 있죠. KOICA는 전 세계 50개국에 사무소가 있어 청년들이 첫 경험을 시작하기에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값진 경험을 이루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KMCO, 다자협력전문가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 (KOICA)에서 주관하는 다자협력전문 가(KOICA Multilateral Cooperation Officer; KMCO) 파견 사업. 국제개발 협력에 열의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 문 인력을 국제기구에 파견(expert on mission)함으로써 국제기구 간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인재들에게 국제기구 근 무 기회를 제공한다.

- 신지혜, 12기 KMCO 합격자 (에콰도르, 유엔세계식량계획)

참조: 한국국제협력단 (https://www.koi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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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for Global Citizens

코로나19 위기가 국제 보건 안보에 미친 영향 인터뷰 류은주 삼양 바이오팜USA 대표이사

취재 육도경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유례 없는 팬데믹 위기를 맞아 지구 곳곳에 혼란과 상흔을 남겼다. 류은주 대표를 만나 이러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 상황과 제약업계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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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제약업계의 흐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가 일으킨 팬데믹은 전 지구적인 위기였어요.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정부와 국민들이 제약업계에 혁신적 신약 개발을 염원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이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는 의견이 대다수이기는 합니다. 현재까지도 항암제에 대한 투자 및 개발 노력이 업계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팬데믹 전후를 비교해 보았을 때 몇 가지 사항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말 화이자(Pfizer Inc.)와 바이오엔테크(BioNTech) 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 '토지나메란(Tozinameran)'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수 개월 이내에 전 세계 백신 접종이 50억 회를 넘었지만, 저소득 국가가 많은 아프리카의 경우 1인당 접종 횟수가 전 세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이었던 적도 있었을 정도로 백신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했죠. 그리고 2021년 초, 결국 코로나19 가짜 백신과 백신 위조 사례들이 폴란드와 멕시코에서 적발되었어요. 화이자 라벨이 붙은 병에 주름 개선 치료제로 사용되는 히알루론산이나 증류수가 들어있었던 거예요. 가짜 백신을 만들어 수백만 원에 되파는 국제 범죄, 백신 판매를 미끼로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는 텔레마케팅 사기 등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현재는 상황이 많이 완화됨에 따라 이러한 문제도 자연스레 사라지긴 했지만, 당시에는 가장 심각했던 부정적인 영향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둘째, 플라스틱이 모자라 백신 생산 속도가 늦어졌던 것도 잊을 수 없네요. 백신 생산에는 수많은 원·부자재가 필요합니다. 당시 제가 근무했던 미국 화이자 본사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드릴게요.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사람의 세포에 침입하는 침투로를 여는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DNA를 추출하고, 그 중 mRNA 성분을 약간 변형해 배양한 것을 주사하면 체내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는 원리거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포를 키우는 배양기(Bio-Reactor)와 의료용 비닐(plastic bags)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수급이 어려웠어요. 백신 수요는 급증하는데 곳곳에서 봉쇄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결과적으로 전 세계 백신 생산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은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백신의 생산 공정을 단축하는 데에도 아주 필수적인 역할을 하거든요. 저도 예전에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당시 플라스틱 배양기를 사용해 당근 세포에서 효소를 배양시켜본 적이 있습니다. 의약품의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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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for Global Citizens

내용물이 오차 없이 보관되어야 하고, 용기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지도 고려해야 해서 쉽게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특히 중저개발국가의 부족한 재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요. 이 또한 여전히 제약 화학 업계의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어요. 제약 업계의 신약 개발에 대한 어려움도 크다고 들었습니다. 류 대표이사는 화이자제약 한국지부와 미국 본사에서 약 17년 간 근무하였다.

세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류의 소망이죠. 한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이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환자 당사자나 가족들에게는 정말 마음 아픈 일일 거예요. 그렇기에 인공지능을

TRIPs 협정과

공중 보건에 관한 도하선언문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WTO) 회의에서 발표된 선언으로, 유행병으로부터 유발되는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내·국제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자발적 사용허가(voluntary licensing)와 기술이전

이용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예측과 같은 신기술도 등장하고, 저 또한 바이러스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어내 수 개월 전에 백신을 미리 생산하면 좋겠다, 백신에 따른 우리 몸의 면역 반응 변화를 잘 예측해 부작용을 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특히 저는 누군가 제게 마법의 능력을 준다면 치매약을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촉진을 통해 의료품 공급망 확대에

싶어요.

우리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기여하였다.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에도 치매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K-SDGs 3번 목표인 '

SDGs 세부목표 3.8번은 보편적 의료보장 달성을, 3.b번은 감염성 및 비감염성 질병에 대한 백신의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 보장'과 관련해 환자들을 보다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치매 센터를 개소한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죠. 특정 힌트를 제시했을 때 기억을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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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치료약 개발이 유독 어려운 질병입니다. 제가 이전에 화이자에서 알츠하이머 약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지난 20여 년 동안 100여 개가 넘는 후보 약물들이 개발 과정에서 사라졌고, 출시된 신약이 거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18 년 화이자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직접 개발에서 손을 떼고 간접 지원만 하기로 결정했는데, 흔히 말하는 '글로벌 톱 제약사'마저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본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코로나19의 치료제로 승인 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죠. 이렇게 성공률이 10% 미만인 신약 개발 대신 처음 목적과 달리 새로운 치료 효과를 입증하게 되는 '약물 재창출' 전략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제 보건 문제는 더 이상 제약회사만의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국 정부, 연구기관, 임상개발자 등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 달성해야 할 공동 목표인 거죠. 앞으로 제약인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앞서 잠깐 말씀드렸듯,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난다면 또다시 중저개발국가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전염성 질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당연하지만 공중보건은 국제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내야 해요. 저와 같은 제약인은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와 연구를 맡고, 누군가는 친환경 의약용품 개발을 맡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공정한 의약품 분배를 맡는 방식으로요. 저는 2020년부터 뉴욕 중앙일보를 통해 대중들이 쉽게 의약품이나 국제 보건 이슈에 대해 접할 수 있도록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험이 한국의 제약 업계, 더 나아가 전 세계적 공중 보건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계시민으로서 제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고 사회 공헌 활동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려 합니다.

류은주 바이엘 코리아, 한국 화이자 등을 거쳐 2006년부터 미국 화이자 본사 근무를 시작하였다. 제약업계에서 약 3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의약품 임상 시험 및 인·허가, 신사업 전략 및 개발, 글로벌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했다. 현재 삼양 바이오팜 USA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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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for Global Citizens

대구국제고등학교 인권연구동아리 CO;URT

“이것도 인연인데, 인권 연구하고 갈래요?” 글 권나영 · 황보은 · 김민주 · 김수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대구국제고등학교 인권연구동아리 CO;URT입니다. 2021년 학교의 개교와 함께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2학년 7명과 1학년 6명까지, 총 13명이 동아리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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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가 걸어가는 길 CO;URT는 관심(fellowship)과 공존(coexistence)을 우선 가치로 하고, '사회의 자유와 권리가 지켜지는 세상을 만들자!'라 는 목표를 가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아직 청소년이지만, 모든 청소년들이 미래에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 은 세상을 만들 힘을 가지기 위해 함께 나아가고 있 습니다. 인권 침해는 폭력, 모독, 차별 등 아주 다양한 형태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저희는 작 은 변화를 통해 큰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 개선'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SDGs 목 표들과 연결된 여러 인권 이슈들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저희의 목표인 만큼 작더라 도 매 시간 진행하는 동아리 활동 내용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고, 또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인권 문제에 있어 서로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평화롭고 공정한 세계를 유지하려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상황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하 며, 타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고, 학생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생각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의논해야 합니다. CO;URT의 활동과 올해 목표 저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정책·행정 하고

주최하는

<청소년·청년이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을

준비

있습니다.

공모전을

준비하기

전,

생각하는

정부

저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부터 차근차근 나아가기로 하면서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과 선생님 들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무엇이 있을지 파 악한 후, <학교를 변화시키는 정책 제안> 대회에 참 가하였습니다. '학교 시스템 통합 정책'으로, 각 수업이 나 동아리 활동마다 사용되는 플랫폼이 달라 초기에 익 히고 나중에 관리하기 어려운 점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저희는 현재 ‘전쟁과 인권’이라는 대주제를 바탕으 로 역사 속의 여러 전쟁들에 대해 공부하고, 그 안의 다양

(왼쪽) 혐오 표현을 주제로 한 마인드맵 (오른쪽) 환경 특집 교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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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for Global Citizens

한 인권 침해 사례를 찾아 다른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몇 년간 큰 시사점으로 주목받아 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2차 세계대전의 큰 맥락 을 통해 바라보면서 강제 징용,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 등을 연구하여, 달성 기한인 2030년을 앞두 고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해 학술제에서 더 많은 학생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CO;URT, 길을 비추는 세계시민 인권은 국제 평화와 안보, 개발과 함께 유 엔의 3대 과제(Three Pillars of the UN) 중 하나로서, 국제사회는 각국에서 발생 하는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 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를 둘 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는 각 주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 해야 하는데요. 저희는 국제사회의 일원 으로서 함께하고자 '청소년을 위한 인권 길 라잡이'라는 책을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꾸준히 지적되어 왔던 북한의 인권 문제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되었고 심지어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된 국민들에게 식량과 생활 물자조차 지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처럼 사회적 약자 에 대한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싶기도 합니다. 2005년 이래 유엔에서는 20개가 넘는 인권 결의를 통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고 전 세계인의 동참을 요청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CO;URT 는 저희와 같은 청소년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정보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 록 이 자리에서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세계인권선언 (1948)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1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Article 1. 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 They are endowed with reason and conscience and should act towards one another in a spirit of brother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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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공업고등학교 XR융합응용학과

혁신적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밝혀요 글 이경미 안양공업고등학교 교사

안양공업고등학교 XR융합응용학과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목표로 2020년 신설된 국내 최초 4차산업 학과로서, 학과 비전을 ‘Change the World with Innovative Software!’ 로 정해 융합현실 XR을 이용한 인재를 길러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4C+ 교육 철학을 실천하며 "나를 위한 성공이 아닌 우리를 위한 섬김"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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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for Global Citizens

Change the World with Innovative Software!

안양공업고등학교의 4C+ 교육 철학

C reation 창의적인 인재 C hallenge 도전하는 미래 C ooperation 협업하는 공간 C ommunication 소통하는 우리 플러스( + ) Not Success, But Service

안양공업고등학교 XR융합응용학과의 교육 비전과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데에는 학생들과 지속 가능발전목표(SDGs)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직접 SDGs 프로젝트를 고안해 내고, 컴퓨터 그래 픽과 영상 장비, 웹디자인 등을 이용해 준비하고, 개별 발표회를 진행하며 세계시민으로서 소프 트웨어의 활용 범위를 넓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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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과 SDG Book Club Korea 2020년 (사)미래희망기구와 안양공업고등학교 XR융합응용학과의 뜻깊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XR융합응용학과의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기술과 UN의 SDGs 사업을 접목하여 SDG Book Club 회원이 되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은 미디어팀에 소속 되어 도서 번역, 전기 공급이 부족한 지역의 아동들을 위한 LED 전구 만들기 등 다양한 봉사할동 뿐만 아니라 세계시민교육 또한 수료하였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 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가치관과 태도가 함양될 수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세계관이 넓어지고 소프트웨어 학습에 대한 강한 동기가 부여되는 긍정적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프로젝트 학생들과 함께 2020년부터 매년 UN의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의 17가지 주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 제들을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습니다. 특히 지구 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를 다양한 경로로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습니 다.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 한 가지를 정한 뒤, 소프트웨어로 구현하

교육 자료가 부족한 빈곤국가

기 위한 아이디어 기획부터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 영문 번역 활동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나'와 '우리'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소 프트웨어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기를 바랐죠. 또한, 인공 지능 시대에 필요한 역량인 창조적 상상 력과 공감 능력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아시아 및 아프리카에 전달하는 희망 전등 LED Green Light 제작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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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for Global Citizens

안양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의 세상을 밝히는 SDGs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기아에 대한 사진과 자료를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정리하여 동영상으로 제작한 소프트웨어입니다. 내레이션은 텍스트 음성변환 기술을 사용하였어요.

국내에 SDGs를 홍보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자 했어요. 화면을 드래그하여 2D 기반 SDGs 퍼즐을 풀고 나면 AR을 활성화하여 3D 화면으로 전환됩니다. AR 모드에서는 각 목표를 클릭하면 관련 정보를 띄웁니다.

물고기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등을 피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이 끝나면 해양오염에 관한 정보가 나타나면서 해양오염으로 인한 해양 생물의 피해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경각심을 일깨워 줍니다.

기아 종식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게임입니다. 화면을 터치하면 게임 내 캐릭터가 농사를 짓고, 작물을 팔아 농사 관련 물품들을 구입합니다.

프로젝트 더 알아보기 @anyang_t.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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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아껴서 사용해야

플라스틱과 캔을 올바르게

하는 이유를 퀴즈로

분류하여 생산적인 소비를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유도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OX

잘못된 재활용 통에 넣으면

퀴즈가 화면에 나타나고,

게임이 종료됩니다.

15문제를 모두 맞춰야 종료됩니다.

학교 폭력이 일어났을 때

보편적 의료시스템이

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필요한 이유를 알리기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게임입니다.

학생들의 행동변화를 목표로 기획한 OX 퀴즈 게임입니다.

친환경 에너지의

이경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풍력 발전을

안양공업고등학교 교사이자

이용하여 에너지를

「웰컴투인공지능」 저자이다.

생산하는 게임입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 글로벌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20년부터 XR융합응용학과에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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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for Global Citizens

출처: 유엔평화대학(UPeace) 2022 브로슈어

유엔평화대학 Upeace

If you want peace, work for peace.

University for Peace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유엔평화대학(University for Peace, UPEACE)은 1980년 인권과 환경, 평화, 분쟁 해결 분야의 국제 전문가를 양성하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유엔 부설의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이자 국제기구이다. 1980년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라 설립되어 코스타리카에 본교가 있고, 워싱턴·캐나다·에티오피아에 캠퍼스가 있다. 현재 유엔평화대학은 전 세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설립된 의지에 따라 국제법, 환경과 개발, 평화와 갈등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석·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더 알아보기: 유엔평화대학 홈페이지(https://www.upea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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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의 분야

환경과 발전

평화와 분쟁

국제법

지역학

원격 교육

Environment and Development

Peace and Conflict Studies

International Law

Regional Studies

Distance Education

1980년 12월 5일, 유엔 총회는 평화대학 설립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41개국이 평 화대학 헌장(Charter of the University for Peace)에 서명하였다. 평화대학 헌장에는 설립 목표를 "유엔 헌장에 선포된 고결한 염원 하에, 평화를 위한 고등교육 국제기구와 함 께 인류가 이해, 관용, 그리고 평화로운 공존의 정신을 증진할 수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 협력을 장려하고 세계 평화와 진보를 위협하고 방해하는 요인들을 줄일 수 있게 하는 것" 이라 언급하였다. 특히 제7대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은 1999년 초부터 유엔의 안보 목표와 평화에 보다 더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였으며, 그렇게 현재 유 엔평화대학은 유엔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함께 경험적이고 학술적으로 논의할 수 있 는 세계시민 교육기관으로 거듭났다. 본교는 Rodrigo Carazo Campus (로드리고 카라조 캠퍼스)로, 현재 코스타리카에 위 치해 있다. 코스타리카는 오래 전부터 국제 평화에 기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1865년 부터는 정치적 이유로 박해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망명을 제공해왔다. 또한, 1907년부터 1918년까지 코스타리카는 중앙아메리카 사법 재판소를 개최했는데, 이 재판소는 국제법 과 인권 문제에 대해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최초의 상설 국제 재 판소였다. 그러한 국제평화에 기여하는 흐름에 따라, 코스타리카의 대통령 로드리고 카라 조의 지도 아래 유엔에서 평화 대학을 설립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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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for Global Citizens

나비로 만난

世上 그림 나비현정 작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나를 이해해 줄 누군가 그리고 무엇인가에 대한 갈망... 그러다 우연히 만난 한 마리의 나비, 그 나비는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나비현정 작가는 어려웠던 시절에 만난 나비에게서 고요하고도 강인한 생명 의 빛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자유의 날개를 얻기 위해 몇 번이나 허물을 벗 고 끊임없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 또 다른 비상을 꿈꾸는 나비의 모습을 작가 자신의 삶에 투영하여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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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I see you mixed media on canvas 72.7x50cm, 2022

(하) Rebirth 016068 oil on canvas 140x140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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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for Global Citizens

내 안에 있는

희망 의 빛

나비현정 작가는 마음을 밝히는 색으로 생명의 에너지를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빛나는 나비와 동행하며 유희의 공간을 창작해 왔다. 그는 나비의 어원이 ‘날으는 빛’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서 나비는 ‘한줄 기 빛’이 되어 주었고, 그 빛을 ‘빛나는 색채의 나비’로 표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 희망의 빛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나의 작품세계에서 추구하는 빛은 빛나는 존재를 발견하는 사랑이다. 스스로 ‘내 안의 빛'을 발견하고서 주위 사람들이 더욱 소중히 빛나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삶 그리고 예술의 주인공은 바로 스스로 빛나는 당신이기에!”

작가는 “욕심을 내려놓고 내면의 열정적인 빛을 발견해 낼 수 있다면, 그 보석 같은 빛은 희망의 빛이 되어 세상과 공유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작업한다고 말하며, 나비의 날개짓 같은 붓질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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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sh, mixed media on canvas 45x73cm, 2022 I see you, mixed media on canvas

61x91cm, 2022

나의 작품은 소망한다. 모든 이에게 빛이 되기를... Starry starry night! 작가 소개 나비현정(나비작가 김현정, Navi Kim)작가. 나비를 모티브로 ‘빛’을 표현하는 작업을 독창적인 기법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다. 빛나는 색채의 나비를 통해 세상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히브리어로 나비(Navi)는 사명자라는 뜻이기에, 작품을 통해 생명력을 전하고자 하는 소명의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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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OCIETY for Global Citizens

아동권리를 더, 당신과 함께

Save 더 Children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최초의 아동권리기관으로서, 쌓아온 전문성을 기반으로 아동의 삶과 미래를 바꾸어나가는 데 앞장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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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사명

핵심가치

우리는 모든 아동이

우리는 세상이 아동을 대하는

책무 accountability

생존, 보호, 발달 및

방식에 획기적 변화를 이끌어

포부 ambition

참여의 권리를

내고, 아동의 삶에 즉각적이

협력 collaboration

온전히 누리는 세상을

고도 오래 지속되는 변화를

창의 creativity

꿈꿉니다.

이루어내고자 합니다.

정직 integrity


사업내용

국내사업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 하도록 위기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보호 하고, 아동을 대하는 모든 곳에서 아동권 리가 지켜지도록 힘씁니다. 아동의 놀 권 리를 보장하고, 아동이 직접 참여하는 기 회를 만들어갑니다. 아동보호

놀이

교육

보건·의료

인도적지원

국제사업 경제적 어려움, 성별, 지역적 관습, 자연 재해, 분쟁 등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해외 아동을 지원합니다. 전 세계 아동 의 삶에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 들기 위해 즉각적인 지원과 함께 지역사 회의 역량강화에도 힘씁니다. 교육 생계지원

보건영양 해외결연

아동보호 인도적지원

권리옹호 아동의 삶에 궁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아동의 참여를 바탕으로 시민의 의 식을 증진시키고, 관련 법, 제도, 정책 개 선 활동을 펼칩니다. 폭력으로부터 아동보호 아동 삶의 질 연구

아동참여 기후위기대응

국제개발협력 옹호활동 균형있는 아동발달

인식개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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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OCIETY for Global Citizens

대표 캠페인

저소득 조부모가정 지원 DREAM 캠페인 저소득 조부모가정에 생계·주거지원과 함께 학습지원, 심리정서지원 등 가구별 맞춤형으로 통합지원합니다.

아프리카에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 다른 가축보다 기후변화와 전염병에 강한 빨간염소를 배분해 가정의 안정적인 소득과 경제적 자립을 돕습니다.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 아동이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동과 지역주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놀이환경을 진단하고 놀 공간을 마련합니다.

체벌근절 캠페인 아동 체벌이 용인되지 않도록 법 개정과 인식개선 활동을 펼치 고, 비폭력적으로 아동을 양육하도록 긍정적 훈육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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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활동

국제어린이마라톤 달리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아동을 구할 수 있습니다. 4km 미 니 코스를 달리며 아동권리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에 참여해보세요.

아동권리영화제 아동의 목소리가 담긴 영화 상영을 통해 아동을 주체적 인격체 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골든타임세이버 재난 골든타임 72시간 내에 긴급구호 소식을 SNS에 전파해 더 많은 사람이 아동을 구하는 일에 참여하도록 온라인에서 긴급구호활동을 펼칩니다.

좋아서하는기념일 생일, 첫돌, 결혼, 그리고 일상 속 소소한 순간을 기부로 기억 하는 후원입니다. 나의 좋은 날, 아이들의 세상이 함께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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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OCIETY for Global Citizens

연대 와 공동행동 의 국제적

시대를 열다 커넥트에이드는 인도주의 활동 및 청년 연대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전 세계 체인지메이커 네트워크(changemaker network)이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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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는 세상을 변화시킬 무한한 잠재력 이 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변화 를 이끌어 낼 힘도 있다. 현재에서 눈을 돌려 기술 발전 이전을 되돌아보면, 발전은 힘과

나이, 국적, 성별은

권력을 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시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흐른 지금, 우리 모두에게 그 자격이 주

하나의 지구를

어진 것이다.

나누는 우리는

'커넥트에이드(ConnectAID)'의 아담 로 저스 부회장은 그의 저서 <Taking Action Online>을 통해 "Never has it been as possible for nearly everyone, everywhere to take part in and take action for creating a better world. (지구 역사상 이토록 모든 사

람들이 연대하고,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공동행동을 한 적은 없 었다.)” 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발전과 같이 서로 떨어진 우리를 잇는(connecting) 기 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리적, 문화적, 정치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결된(connect-

모두 변화의 원동력입니다.

기, 즉 행동력을 기반으로 나와 비슷한 '누군 가'를 찾고자 하는 우리 인류가 만들어내었 다고 본다. '누군가'가 여럿 모여 더 큰 바람 을 일으켰을 뿐이다. 가엘 모글리 대표(사진)는 유엔에서 일하는 동안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났다고 한다. 풍요롭고 풍족한 환경에서 밝게 자란 아이들과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아름다운

ed) 거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로의 여행이 이렇게 쉬운 적이 없었고, 심지어는 떨어져 있더라도 SNS나 블로그와 같은 공유 플랫 폼을 이용하면 물리적 장벽이 전혀 느껴지 지 않을 정도이다. 이러한 변화를 시작으로 하나의 지구촌 내 모두는 심리적으로 가까 운 듯 서로를 대하고, 가정이나 학교, 회사가 아닌 다른 무리에도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 고, 결국 '연대(solidarity)'를 통해 변화를 꾀하고 변화를 통해 희망을 되찾겠다는 행 위의 정당성과 힘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러한 변 화는 불가능했을까? 이 힘은 변화의 필요성 을 직접 깨닫고, 이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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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OCIETY for Global Citizens

아이들을 만나고 난 뒤, 스위스 제네바 에 커넥트에이드를 설립하였다. 변화를 실천하는 NGO, 변화에 앞장서는 청소 년, 그리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체인지 메이커(changemaker)'들을 한 데 모 은 '국제 연대 네트워크(international solidarity network)'를 만들어 공동선 을 위한 집단 행동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전 세계 남녀노소로 구성된 커넥트에이 드는 범지구적 공동 목표인 지속가능발 전목표(SDGs)를 중심 목표로 하지만, 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They are not UN's SDGs, they are 'our' SDGs. (유

엔의 목표가 아니라 '우리'의 목표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단결력을 발휘해야 우리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 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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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말한 '우리'는 과연 누 구일까? 베이비붐 세대? X 세대? 밀레니얼 세대? 아니면 이제 갓 태어난 Z 세대? 커넥 트에이드는 '우리'를 색다르게 정의한다. 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빈곤을

리가 마주한 전 지구적 문제를 함께 해결할

종식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세대이며, 기후변

'우리'는 태어난 연도로 구분될 수 없는 단

화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하나의 세대라 하며, 'SDGeneration'이라


부른다. 이처럼 우리 모두를 위한 우리 모두 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어쩌 면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데에 몇 명이 필

NGO를 위한 NGO,

요한지 물었다. "유엔, 국제기구, NGO, 학교, 가정, 그리고 당신도 커넥트에이드인걸요."

2019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국제 인도주의 비영리 단체이다. 개인, 기업,

지리산업연구회(World Geospatial In-

NGO 등 다양한 주체와의 파트너십을

dustry Council; WGIC), 우크라이나 지

구축하여 국가별 인도주의 사업 수행을

역 NGO, 빈곤 감소를 위해 교육하는 전 세

지원한다. 현재 빈곤 종식, 양질의 교육

계 교육자 외에도 커넥트에이드와 함께 하

제공, 기후변화 대응 등 17개의 SDGs

는 사람들은 더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

목표에 관련한 여러 기관의 다양한 비영리

다. 스스로를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하는

사업들이 커넥트에이드와의 파트너십을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통해 진행되고 있다.

국제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은 자원 확보가 아닙니다. 식량이든, 의약품이든, 어떤 종류의 문제이든 간에 자원 부족이 그 원인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 연대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죠. - 아담 로저스, 커넥트에이드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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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여행은 그냥 놀이가 아니에요,

“쓸모 있는 놀이”죠.

자전거 탐험가와

함께 떠나는 세계일주

글 황인범 민간외교 자전거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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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전거 탐험가’입니다. 사실 어릴 적 장래희망은 외교관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직업이 어린 꼬마의 눈에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으로 느껴졌죠. 그래서 대학교도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으나 1학년 여 름방학 때 우연히 떠난 서울-해남 자전거 여행에서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2003년도에 첫 자전거여행을 했으니 벌써 20년째 여행을 하고 있네요. 처음에는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을 했다면 지금은 제 경험을 살려 자전거 해외여행을 꿈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팀을 꾸려서 해외원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BS 세계테마기행, KBS 영상앨범산 등 여러 방송 촬영에 참여하며 여행을 하기도 하고요. 자전거를 통해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 또는 숨겨진 아름다운 곳을 찾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직업을 지칭하는 용어가 없어 ‘자전거 탐 험가’라는 타이틀을 어느 기자 분이 붙여주셨어요.

자전거로 달린 18,500km

남들은 취직준비를 하는데!

대학 시절 방학만 되면 자전거를 타고

사실 유라시아대륙 횡단 여행은 출발 자체가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문

쉽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경비도 문제였지만

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 지인들, 특히 부모님의 반대가 가장 심했

‘이 자전거만 있으면 해외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대학교 3학년 때 중국에서 출발

었죠. 제게 ‘남들은 다 취직준비로 바쁜 시기 를 보내는데 1년 동안 여행을 다녀오면 돌아와 서 고생한다’며 절대 안된다고 선전포고를 하 셨죠. 하지만 오랜 시간 설득 끝에 출발 일주일

해 몽골,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

전 아버지가 부르셔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럽 포르투갈까지 268일 동안 유라시아

‘응원해줄 테니 조심히 다녀와라.’

대륙을 횡단했습니다. 이동수단은 자전

그렇게 힘겹게 떠난 여행인데 막상 가보니 정

거, 숙박은 텐트였어요. 그리고 식사는 직접 요리해먹으며 9개월 동안 약 1만 8500km를 달렸습니다. 이 여행의 하 루하루를 돌이켜보면 정말 다양한 색깔 의 에피소드로 가득 채워졌었네요. 이 여행은 현재까지도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여행일뿐 만 아니라 제 인생의 방 향 자체를 바꿔놓는 중요한 터닝 포인 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말 예상보다 어려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영어 가 통하지 않는 나라가 더 많았던 터라 슈퍼에 서 물을 살 때도, 약국에서 약을 살 때도 바디 랭귀지로 한바탕 춤을 추고 나서야 원하는 것 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간 필요한 짐을 다 자전거에 싣고 다니는 바람에 잠 잘 땐 허벅지에 근육경련이 나고, 발톱은 두 번이나 빠지고,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수술을 받은 적 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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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느낀 죽음의 공포 그 당시에는 공포였지만 다 지난 지금 은 재밌는 에피소드라고 소개하고 싶 은 것이 있어요. 바로 몽골의 고비사 막에서 있었던 이야기인데요.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공위성 사진으로 봤던 도로가 실제로 가서 보니 그냥 철길 이더라고요. 그래서 400km 정도 되 는 모래사막을 문방구에서 샀던 500원 짜리 나침반에 의존하며 길을 찾아 가는데 그 때는 ‘아, 내가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

포감이 들더라고요. 첫 사흘 동안은 마을은커녕 먹고 자는 것마저 어려울 때가 있지만

사람조차 만나지 못해서 내가 어디쯤 왔는지, 그

저는 여행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리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데다 가지

‘고될수록 휴식은 달콤하더라.’

고 있던 물이 점점 줄어들수록 공포감이 더 커지 더라고요. 사막의 모래 위로 자전거를 타다 끌다

라는 말이 와닿죠. 무엇보다

를 반복하며 나흘째 지나는데 저기 멀리 양떼와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낙타 떼가 보였습니다. 그 동물들을 따라갔더니

됩니다. (식재료만 구입하면) 지구를

정말 말도 안되게 사막 한 가운데 우물이 떡하니

몇 바퀴도 돌 수 있을 것 같아요!

있더라고요. 몽골 고비사막에서 정말 죽을 고비 를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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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해발 5,416m에서 자전거와 함께한 모습입니다. 춥고 힘들어 보일지 몰라도 아주 '쓸모 있는' 시간이었어요.

여행: 아주 쓸모 있는 놀이 꼭 자전거 여행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가족들과, 혹은 혼자서라도 해외 여행은 꼭 가보라고 조 언해주고 싶어요. 흔히 여행을 '놀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저는 '아주 쓸모 있는 놀 이'라고 표현합니다.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그 과 정에서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성을 기르고, 균형 감각을 익히고, 민첩성을 키우듯이 여행 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보고, 듣고, 먹고, 경험하는 '여행'이라는 일련의 행위가 모두 배움의 과정입니다. 어떤 기후에서 어떤 식재료가 나오고, 어떤 지형에서 어떤 향신료를 쓰는지 말이죠. 그 나라 사람들의 복장은 왜 이렇게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집은 왜 이런 모양인지, 우리는 젓가락을 쓰는데 왜 여기 서는 포크를 쓰는지 등등.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든 - 건축가든, 의사든, 선생님이든, (아니면 요 즘 가장 인기 있다는) 유튜버든 - 여행에서 나도 모르게 얻는 정보는 훗날 아주 소중한 밑거름으 로 작용할 거예요.

한·멕시코 국토종주 라이딩에 참여한 사진. Buen Camino (부엔 카미노)! 너무나 좋은 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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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학 시절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떠났던 첫 유라시아 횡단 시절과 2022년 현재 세 번째 유라시아 횡단 모습

누워서 떡먹기 '세계 여행'은 어쩌면 당장 시작하기에는 거 창한 꿈일 수 있어요.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것을 살펴보세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자 전거와 지갑만 가지고 떠난 국내 여행이 생 애 첫 여행이었어요. 서울에 살고 있었으니 해남의 땅끝마을을 목표로 떠났죠. 처음부터 너무 큰 계획을 세워버리면 출발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거나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어 있어 요. 그러니 평소에 가 보고 싶었던 곳, 함께 여행하고 싶었던 사람, 또는 이용해보고 싶 었던 여행수단(배, 자전거, 버스 등)을 떠올 려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계획을 세워보세요. 그렇게 첫 여행을 다녀오면 내 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음엔 어 떤 걸 더 챙기고 빼야 하는지, 기간을 어떻게 수정하고 동선을 짜야 하는지 조금씩 방향이 그려지기 시작할 거예요. 소소한 여행을 통 해 나를 잘 알게 되면 세계 여행은 '누워서 떡 먹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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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에 오르다.

2009년 여행 중 친해진 러시아 군인과 뜨거운 우정을 나누었죠. 언젠간 독자 여러분들과도 함께할 수 있길!

◀ 황인범

2022년 지금...

민간외교 자전거 탐험가의 모습

지금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로 한국에서도 꽤나 유명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 텔라’를 지나고 있습니다. 총 150일간의 여정입니다. 자전거로 유라시아대륙을 벌써 세 번째 횡단하고 있어요. 다만 이번엔 저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에요. 은퇴하신 59세~74세 분들이 대륙 횡단의 꿈 을 이루실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을 살려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로부터 이틀 후 대서양의 도시 중 하나인 피니스테레에 도착하고, 그 이후엔 남쪽으로 방 향을 꺾어 약 한 달 후 유라시아대륙의 최서단 포르투갈 호카곶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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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ING Global Citizens

당신의 익숙함으로 저를 대해주세요:

불편함이 가르쳐 준 따뜻함에 대하여 글 윤서현 학생

수많은 도시들을 여행하면서도 꽤 늦게까지 가지 않 았던 나라가 바로 독일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누구 보다 큰 애정을 갖고 독일어를 공부해왔기에 독일로 의 여행을 꿈꿔왔기에 최대한 마지막까지 남겨둔 것 Heim kommt man nie;

이다. 그렇기에 처음 독일 여행을 앞두고는 어느 도

aber wo befreundete Wege

시에 갈 때보다도 즐거운 마음으로, 어느 때보다 이

zusammenlaufen, da sieht sie die

른 아침이었던 새벽 4시부터 아침 비행기를 타러 기

ganze Welt für eine Stunde wie

대감을 안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동안 여행하는 도

Heimat aus.

시마다 간판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에 적응하느

사람들은 평생 고향을 찾지 못해.

에서 내가 사랑하는 독일어로 가득한 며칠을 보낼 것

하지만 친한 길들이 서로 만나는 곳, 그곳에서는 온 세계가 잠시 고향처럼 보이지.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라 애를 먹었기에, 드디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곳 이라는 기대로 베를린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 고, 근처의 카페로 들어가서,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 대로 다가갔다. “Hallo!” 나의 첫 독일어였다. 그런 나에게 직원이

건넨 말이 여전히 충격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Hello, do you need an English menu?” 가 아닌가. 이렇

듯 베를린은 너무나도 국제화된 도시였고, 여행 내내 독일어를 쓰기보다는 베를린 사람들의 친절한 ‘배려’ 로 영어를 사용하며 여행을 하게 되었다. 영어가 공 용어(lingua franca)인 것은 알았지만 독일어를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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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배우고 활용해보고자 했던 나는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배려가 오히려 나에게는 구별당 하고 있다는 거리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델 콘서트에서 본 노을. 6개월여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영국을 떠나던 날의 노을을 담았다.

(Hyde Park, 런던, 영국)

역사에 대한 성찰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 그리고 특유의 거친 매력이 가득한 베를린과 사랑에 빠졌지만, 한편으 로는 진짜 ‘독일’을 경험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여름, 런던 기숙사 계약이 종료되어 짐을 빼고 진정한 떠돌이 여행자가 된 채로 내가 선택한 목적지는 또 다시 독일이었다. 독일의 두 번째로 큰 도시 인 뮌헨에 있는 친구 집에서 한 달간 지냈지만, 이번에는 국제적인 독일이 아닌 ‘독일스러운’ 독일을 경험하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하이델베르크, 슈투트가르트 등 오래 된 도시들을 다녀보기로 했다. 베를린과 비교해 확실히 영어가 통용되는 정도가 적었고,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억양에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지만, 간혹 친구들 하루에 8번씩 칸트가 산책했다던 Philosophenweg을 따라 올라와서 내려다 본 하이델베르크. 독일어를 배우며 그리던 아름다운 독일의 모습과 가장 잘 걸맞는 작은 도시였다.

헌 책방에서 100여년의 손길이 닿은 책을 구입하고,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소호의 북적이는 거리를 걸었다. 런던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나는 어떤 날은 심지어 도심의 잔디에 앉아 드물게 맑은 하늘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Londoner(런던인)으로서의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역시 나의 Wanderlust(떠돌고자 하는 본능을 뜻하는 독일어)는 잊을 만하면 떠나자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자고 외쳤다. 농담이지만 친구들에게 영국에서 무얼 할까 물으면, “값싼 비행기를 끊어서 최대한 빨리

영국을 떠나!”라고 대답하곤 할 정도로, 그 어느 도시보다 다른 도시로의 이동이 쉬운 런던은 여행자 본능이 투철한 나에게 최고의 허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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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ING Global Citizens

을 만날 때에도 독일에서만큼은 독일어로 대화하 자고 제안했다. ‘독일스러움’을 쫓았지만 현지인 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불편했고, 낯설었다. 현 지의 언어가 우세하다는 인상을 받았던 지역들에

영국 여행 도중 만난 어느 가족을 스위스 취리히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쳐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다.

서는 “No English!” 를 외치는 택시 기사님과 소 통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며 베를린의 영어를 그리 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레 이방인으 로 보이는 나에게 그들의 언어로 먼저 말을 걸어주 는 사람들과 마주하며, 다른 지역에서 왔지만 세계 시민으로서 난 이곳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는 묘한 편안함, 친밀함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8개월 동안 경험했던 것처럼, 런던과 베를린 등 ‘국제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두는 도시의 주인인 동시에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세 개의 계절, 스무 개의 도시, 셀 수 없는 새로운 인연으로 가득 찬 8개월 간의 소중한 경험을 돌아보면 서두에 언급한 글귀와 같이 ‘고향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것’임을 체감하게 된다. 아이러 니하게도 이방인인 나를 위한 배려보다는 자신들의 익숙함으로 나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내가 정말 ‘세계시민’임을 느꼈다. 독일 문학가 괴테는 “가장 민족적 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인과 소통하고자 영어와 독일어를 비롯한 다 섯 가지의 서로 다른 언어를 익히고 있지만, 조만간 나의 고향인 한국을 방문하는 이방인을 만나게 된다면 먼저 우리의 언어로 그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리라 다짐해 본다. 모두가 세 계시민임을 느낄 수 있도록.

윤서현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 다니고 있다. 교환학생 교류 동아리와 아시아법학생연합학회(ALSA) 활동을 통해 전 세계의 세계시민을 위한 각종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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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명 특허를 만났을 때 인터뷰 김해담 학생 2021년 캠퍼스 특허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대통령상 수상자를 만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가능한 솔루션으로 바꾸어 내는 비결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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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ING Global Citizens

발명 특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캠퍼스 특허 유니버시아드 대회란?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업이 제시한 문제의 세부적

함에 대해서 예민하게 고민하는 편

기술주제에 대하여 국내외 특허를

인 것 같아요. 처음 사용해보는 기

분석하고, 연구개발 전략 및 특허획득 방향을 수립할 수 있는 특허전략 수립 논문 발표 대회.

어떻게? 구글코리아, 한국수자원공사 등 총 30여개의 기업들이 유망기술에 대한 문제를 출제한다.

참가자격 국내 대학(원)생이라면 개인 또는 팀(3명 이내) 누구나 참가 가능!

사실 제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

계를 다룰 때에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한참 찾아보고 적용해 보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이건 왜 이렇게 작동하는 걸까?’, ‘이건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와 같은 호기 심으로 여러 상상도 많이 하는 편입니 다. 이러한 제 성격을 바탕으로 자연스 럽게 스타트업이나 발명 특허에 큰 관 심을 가지게 되었고, 작년에는 ‘초등학

https://www.kipa.org/

생을 위한 ICT 창의체험 콘텐츠 제작 플랫폼’이라는 저만의 아이디어로 특 허 가출원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그저 ‘왜’를 고민하는 단계에 그쳤다면, 때로는 무모할지라도 저의 아이디어를 여러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렇게 되어 ‘시각장애인의 디지털 불평 등을 해결하는 IT 솔루션’, ‘품앗이로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대학 메타버스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기획하며 관련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캠퍼스 유니버시아드에 제출한 아이디어를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저희 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시각 인공지능(AI) 기반 동작 분석·평가기술’을 홈 피트니 스 사업에 접목해 비대면 홈 피트니스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에 시선을 돌리면서,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기구와 운동 프로그램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점에서 착안했 습니다. 기존 동작 분석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고가의 3D 카메라와 모션캡처 장비 를 구비해야 하고, 그마저도 정밀도가 낮아 간단한 동작만을 평가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극 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센서 없이 모바일 기기에 부착된 2D 카메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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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형 웹캠만으로도 동작 평가와 검색까 지 가능한 서비스를 고안하게 되었죠. 특히 시각 인공지능을 토대로 사람의 동작을 분 석하는 기술은 개인이 집에서도 휴대전화 만을 이용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운동하고, 심지어는 동작 평가를 바탕으로 부상 위험 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각기 다 른 동작을 취할 때에 각 관절이 어떻게 움직 이는지, 부상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골격종 단점의 각도를 측정하여 제시해주는 기술 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대회를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실현 가능성’이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 충분한 경 쟁력이 있어야 하고, 당장 출시될 수 있을 만큼 완성도를 갖추어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염두 에 두고 대회를 준비했어요.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세상에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여야 해!’, ‘블루오션을 공략해야지!’와 같은 생각에 부담감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수요가 적거나 시장을 설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불필요한 아이디어라고 판단했죠. 따라서 실현 가능한 사업을 구체화해서 제시하는 것을 주요 전 략으로 하여 대회에 임했고, 중소기업 기술 이전을 목표로 수요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전반적인 특 허 시장에 대해서도 분석했습니다. 저희 팀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위해, 즉, 기술 사업화 를 위해서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예상되는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5년 내 기업 가치 성 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등 여러 요인들을 분석하였습니다. 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에 서 저희 아이디어가 얼마나 현실성 있고 수익성이 있는지에 관한 논리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어요. 학생의 신분으로 지식 재산을 만들어 낸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대학생으로서 발명 사업에 참여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발명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현재 기업이나 연구소가 다루고 있는 현안과제를 직 접 다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진로 설계와 사회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특 허 출원에 대해 연구하고 기존 특허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트렌드와 그에 맞춘 연구 개발동향에 대해서도 배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제가 소비자의 수요는 어떠한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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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캠퍼스 특허 유니버시아드 시상식에 참석해 기술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회에서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기존의 어떤 문제 를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판단하고 연구할 수 있었 던 기회였어요. 또, 지식 재산을 만들면서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 바 로 침해여부와 등록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인데요. 기존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얼마나 변화하였는지, 그 변화가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 등 다양한 지식 재산 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학생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사고의 수준을 한 단계 더 확장시키는 경험 을 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 분까지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길러준 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경계를 허물고 제 약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엔이 세계시민의식의 2대 핵심 요소로 발표한 ‘보편적 가 치’와 ‘다양성 존중’의 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긍정적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기술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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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로 인해 전 지구적인 소통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에너지 빈곤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서 여러 가지 사례를 찾아보았는데요. 재활용 소재 조명, 열전소자와 LED를 결합해 체온으로 전기를 만드는 랜턴 등 정말 다양한 노력을 통해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알 수 있었어요. 선한 움직임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고, 저 또한 그 움직임에 일조하고 싶어요. 지구촌 이웃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세계시민의식에 기반한 기술 개발이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기대돼요. (웃음) 스스로를 세계시민이라고 정의한다면요. 저는 고민하는 세계시민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같 아요. 이렇게 성찰의 시간 후에 내린 결론은, 저는 늘 제 위치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 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사실 세계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기 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저 제 입장에서 지구촌 사회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 민하고 실행한 일들이,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세계시민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임을 깨닫게 되어 기뻤어요. 그 동안 제가 다문화 아동을 위한 교육활동에 참여했던 것과 국제사 회에서 소외된 아동권리보호에 목소리를 냈던 일련의 과정들이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는 활동이 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고민의 시간 끝에 낸 아이디어들과 활동들이 때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마음처 럼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세계시민으로서 계속 고민할 거에요.

김해담 영문학과 디자인을 전공했고, 캠퍼스 유니버사이드 대회 최초 인문계 팀장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생활과 데이터를 연결하여 주거환경을 혁신한다’는 비전의 IT 스타트업인 (주)한국주택정보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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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STOON for Global Citizens

새싹이가 들려주는

세상을 바꾸는 17가지 목표: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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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STOON for Global Citiz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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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STOON for Global Citizens

본 만화의 저작권은 (사)미래희망기구에 있으나 개인, 가정, 기관 등 상업적 활용을 제외한 모든 비영리적 목적으로 별도의 이용허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황수아 디자인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꾀한다. 한세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 학과에 재학 중이며 캐릭터, 포스터, 배너, 일러스트 등 다양한 연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러 공모전 수상 이력이 있는 만큼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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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s for Global Citizens ]

Development as Freedom 자유로서의 발전 저자 아마티아 센 출판사 갈라파고스 ISBN 9788990809575

책 소개

편집자 한 마디

행복이란 무엇인가? 저자인 아마티아 센은 행복

"우리는 흔히 '발전'을 경제성장과 동일시하곤 하

을 소득, 재산, 효용, 자유, 기초재, 능력의 차원

죠.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전에 대한 담론

으로 확장하여 빈곤과 삶의 질 사이의 상관관계

이 활발해졌고, 실제로 2015년 유엔은 지속가

를 연구했다. 실제로 유엔개발계획(UNDP)이

능발전목표(SDGs)를 통해 경제적 요인뿐 아니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라 사회적,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발표

Index)'에도 이 개념이 도입되어 있다.

했어요.

그럼, 발전이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발전이란

저자는 어릴 적 인도에서 직접 경험한 기근과 빈

경제적 성장과 소득의 증대로만 논의되어 왔다.

곤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번영과 발전을 결

하지만 저자는 그 중심에 '인간'을 두어, 발전이란

합하여 이야기합니다. 1989년 아시아 최초로 노

인간의 능력과 자유가 증진되는 과정이라고 주장

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의 '마더 테레사'가

한다. 인간이 경제적, 비경제적으로 다양한 행위

말하는 진정한 발전이란 무엇일지, 세계 경제구조

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어서야 비로

속 빈곤의 의미는 무엇인지 새롭게 생각해보길 바

소 실질적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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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fe You Can Save How to Do Your Part to End World Poverty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저자 피터 싱어 출판사 산책자 ISBN 788901098555

책 소개

편집자 한 마디

'아이가 물에 빠졌고, 당신이 도움 힘이 있다면 어

"우리 사회에도 실제로 기부에 인색하고 때로는

떻게 할 것인가요?' 저자는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죠. 저자인 피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할 때 ‘누가 빠뜨린 것인가’, ‘ 왜 빠진 것인가’, ‘앞으로 아이들이 물에 빠지지 않 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등을 알아내는

터 싱어는 (과하지 않은) 적정 수준의 기부를 통해 부의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실천 윤리학자입니다.

것은 나중 일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당장 구하는

특히 가치 있게 돈을 사용하는 방법, 기부의 가치

데 상당한 돈과 인력이 들더라도 일단 구해야 한

와 의미를 제시하며 '품격 있는 생활'을 유지하면

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매일 수천 명의 아이들

서도 윤리적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돈이 없어 죽어나가는데 우리는 '없어도 죽지 않는' 물건을 사기 위해 소비한다. 하지만 이런 행 위를 부도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회윤리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우리의 바람직한 행동은 무 엇일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야 한다.'고 말 하는 저자의 '빈곤 퇴치를 위한 돈'에 대해 알아보 고, 여러분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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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주체

유엔 공보국

UNDGC NGO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협력 지위 승인

컨퍼런스 참여

외교부 소관의 비영리

양질의 교육을 비롯한 유엔 아젠다

경주에서 개최된 제66차

사단법인 설립 후 2013년

달성 지원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UNDGC NGO 컨퍼런스에 참석에

2월 1기 교육생 21명과 뉴욕 유엔

2014년 6월 유엔 공보국 협력

이틀간 프로젝트 전시 부스를 운영하며

본부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지위가 정식으로 승인되었습니다.

아젠다 동참을 촉구하였습니다.

2012

2014

2016

기 관 소

미래의 희망주체인 세계시민 양성에 앞장섭니다!

2022

3000

112

21

2014

청소년 교육사업

빈곤국가 후원사업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고, 청소년이 중심이 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국내외 학교 및 교육기관 약 260 여 곳과 3천여 명의 청소년과 함께 국제사회에 이바지하는 세대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하며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후원사업을 진행합니다. 일시적인 전시성 혹은 일회적인 지원이 아닌, 국내 청소년들의 책임감과 주체적 태도를 함양하기 위한 세계시민교육을 함께 진행합니다.


유엔아카데믹임팩트

국제개발협력

유엔 출판부

회원 지위 승인

민간협의회 가입

SDG 북클럽 창단

유엔아카데믹임팩트(UNAI) 한국협의회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에

미국 뉴욕 유엔 출판부에서 발족한

회원기관으로 승인되어 UN 연계 포럼

가입함으로써 다양한 시민단체와의

이니셔티브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하여

및 세계시민교육 연구 및 개발을 위한

협력을 통해 민간 부문 역할 수행에

청소년들을 위한 학술 플랫폼으로서

고등교육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장서고 있습니다.

SDG 북클럽 코리아를 창단하였습니다.

2018

2019

2020

(사)미래희망기구는 유엔 공보국 협력기관으로서 국내외 청소년의 국제 이해 교육과 세계시민 양성을 위한 교육 연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군축을 위해 여러분이

우리 함께

할 수 있는 10가지 행동

대사가 되어보자!

출간일 2016년 3월 2일

출간일 2022년 6월 28일

ISBN 9791155283264

ISBN 9791197269950

원제 Action for

원제 Let's All Be Ambassadors

유엔의 필수 이해

떠나볼까요,

Disarmament

for a Better World

세계의 어린이 여러분! 출간일 2020년 11월 30일

출간일 2021년 06월 28일

ISBN 9791197269905

ISBN 9791197269905

원제 The Essential UN

원제 Get on Board Dear

유엔이 전하는

14기 유엔 전문가 교육

모의유엔회의의 실제

결과보고서

출간일 2021년 9월 17일

출간일 2019년 8월 10일

ISBN 9791197269936

원제 The 14th UN

원제 United Nations

Guide to Model UN

Children of the World

Headquarters Youth Training in New York Final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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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목소리

다음 호를 위해 독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1. 이번 호에서 유익하거나 흥미로운 기사 제목과 그 이유 2. 다음 호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인물 혹은 기사와 그 이유 *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리며, 독자의 목소리는 아래 주소로 보내주시거나 홈페이지 ‘독자 투고’ 게시판에 작성해주세요.

보내실 곳

06125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76(역삼동), 다나빌딩 4층 (사)미래희망기구 『세계시민』 편집인 앞 E outreach@hopetofuture.org H www.theglobalcitizen.co.kr T 02-6952-1616 F 02-538-5928

『세계시민』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엔 #국제기구 #지속가능발전목표 #청소년 #세계시민 독자 여러분의 세계시민 이야기와 제보 내용을 기다립니다. 그 외 『세계시민』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줄 추천 내용들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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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자단 2기를 기다립니다! 『세계시민』은 18명의 청년기자단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매거진 기획 및 편집에 관심 있는 누구나, 취재와 인터뷰에 동참하고픈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세계시민』 청년기자단 1기 김민준 | 김아정 | 김은지 | 김준희 | 김태림 | 배경민 송은우 | 심재용 | 양승원 | 이다영 | 이세은 | 이예승 이은혜 | 전서영 | 정지윤 | 현건하 | 홍지유 | 홍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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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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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의 이야기 9 772951

491008

ISSN 2951-4916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를 접하고, 경험과 도전을 배우고, 본인만의 창의적인 과정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합니다. ㅡ 발행인 인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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