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과수원길>의 아카시아나무가 이제 지구를 지킨다고?

2021.09.06 10:51 입력 2021.09.06 12:45 수정

아까시나무 꽃. 동요 <과수원길>에 나오는 ‘아카시아꽃’이 바로 이 아까시나무 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까시나무 꽃. 동요 <과수원길>에 나오는 ‘아카시아꽃’이 바로 이 아까시나무 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그 옛날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시골 아이들은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아까시나무의 하얀 꽃을 한 웅큼 따서 먹고는 했다. 간식 대용이었다. 이 꽃을 따다가 떡을 해먹는 집도 많았다.

그때 사람들은 이 나무를 ‘아카시아나무’라고 불렀다. 동요 <과수원길>에 나오는 그 ‘아카시아나무’도 사실은 이 ‘아까시나무’를 지칭하는 것이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 솔’로 이어지는 그 가사 말이다. 하지만, 진짜 아카시아는 열대수종으로 아까시나무와 전혀 다르다.

산림 당국이 약 130년 전쯤부터 한국에 들어온 외래수종인 이 아까시나무를 탄소중립실현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수종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생장이 빠르고 재질이 우수한데다 밀원수(꽃에서 꿀이 나오는 나무. ‘꿀샘식물’이라고도 부름)로 널리 활용되는 등의 특징을 살려 우리 삶에 유용하게 쓰겠다는 얘기다. 이 나무는 무엇보다 이탄화탄소 흡수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아까시나무, 한국에 언제 들어왔나.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아까시나무가 처음 한국에 들어온 것은 1890년이다. 당시 일본인에 의해서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최초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10년에는 조선총독부 주도로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수 만 그루의 아까시나무를 들여와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도 광릉수목원에는 100년 된 아까시나무가 살아있다.

경기 광릉수목원에 있는 100년 된 아카시나무.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경기 광릉수목원에 있는 100년 된 아카시나무.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까시나무의 특징은 적응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아무곳에서나 잘 자란다. 내한성이 우수해 추운 곳에서도 잘 자라고, 건조한 기후조건에서도 거뜬히 살아남는다. 그래서 1970년대까지 헐벗은 산림을 조기에 녹화할 때나 황폐지를 복구할 때 전국 곳곳에서 이 나무가 많이 식재됐다.

아까시나무의 원산지는 북미지역이다. 신대륙이 발견된 이후 유럽, 남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퍼졌다. 40년생의 경우 평균 높이가 25m에 이르고, 사람 가슴 높이의 직경은 27㎝정도까지 커진다.

아까시나무의 목재는 방부성이 강해 잘 썩지 않는다. 그리고 휨강도가 아주 우수하다. 그래서 건축구조재, 목조주택용 재목, 가구재, 바닥재 등으로 많이 이용된다. 가지나 잔 나무는 잘게 부숴 연료(연료용 바이오 매스)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꿀이 많아 꿀벌들이 아주 좋아한다. 아까시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밀원수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벌꿀 중 아까시나무 꽃 벌꿀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아까시나무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이유는.

우리 국토에 아까시나무가 본격적으로 퍼진 것은 것은 1960~1970년대다. 당시 산림당국은 속성수이면서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아까시나무를 황폐지나 산사태가 난 곳, 하천변 등에 집중적으로 심었다. 아까시나무로 대규모 산림을 조성하기보다는 일종의 ‘땜질용’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는 제대로 된 아까시나무 숲이 거의 없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아까시나무를 목재로 쓴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품종이나 나무의 질 등에 구애받지 않은 채 일제 때 들어온 아까시나무를 그냥 심었다.

하지만, 일제 때 들어와 이때 대거 확산된 아까시나무는 통직성(기둥처럼 곧게 자라는 성질)이 떨어졌다. 나무가 빨리 곧게 자라지 않아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김인식 산림과학원 임목자원연구과장은 6일 “아까시나무를 땔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품종개량 등의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연유로 아까시나무는 ‘땔감’ 수준의 천덕꾸러기가 됐고, 아까시나무로 된 숲도 조성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아까시나무를 모두 베어내야만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밀원용으로의 가치가 아주 높기 때문에 함부로 베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아까시나무는 지금까지 국토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아까시나무의 밀원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한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의 아까시나무 밀원단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아까시나무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

산림과학원이 이 아까시나무의 가치를 재조명해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과학원은 아까시나무를 성공적으로 육성해온 헝가리에서 목재용, 바이오 매스(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식물이나 동물)용, 밀원용 등으로 개발된 아까시나무 우량 개체와 통직성 등이 개량된 우수 종자를 도입, 국내에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과학원이 헝가리의 아까시나무를 주목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과학원은 1974년 헝가리에서 아까시나무를 처음 도입, 적응성 검정을 진행해 왔다. 이 검정에서 헝가리 아까시나무가 국내 아까시나무보다 생장이 1.2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는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경기도 수원시 국립산립과학원 인근에 조성돼 있는 아까시나무 보존 숲.   헝가리에서 들여온 우수 품종을 심어 정응성을 검정해온 곳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경기도 수원시 국립산립과학원 인근에 조성돼 있는 아까시나무 보존 숲. 헝가리에서 들여온 우수 품종을 심어 정응성을 검정해온 곳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오랜 연구 끝에 헝가리 아까시나무의 우수성을 확인한 과학원은 2012년부터 헝가리 우수산지에서 27종의 개량 종자를 도입해 전국 16곳(17.2㏊)에 심어 적응성을 검정하는 숲을 만들었다. 여기서는 아까시나무 종자도 채취해 보급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한 아까시나무는 1년생 묘목이 1m까지 자랄 정도로 생장력이 좋다. 입지가 좋은 곳에서는 2∼5년까지 매년 1∼2m씩 자라는 등 생장이 빠르고 왕성해 탄소 흡수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아까시나무는 30년생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1㏊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약 13.8톤에 이른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온실가스 흡수능력이 국내 수종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상수리나무(14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림과학원은 통직성 등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검증된 아까시나무로 숲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국내에 조성돼 있는 밀원숲용 아까시나무 숲을 새로 육성한 아까시나무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아까시나무는 대략 20년 정도가 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아까시나무 숲을 중심으로 새 아까시나무를 심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산불발생지역이나 재해지역 등에도 아까시나무와 다른 나무를 섞어심는 방법으로 우수한 아까시나무를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아까시나무 목재.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까시나무 목재.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또 아까시나무의 목재는 비중이 높고, 방부성, 휨강도 등이 우수해 건축구조재, 목조주택소재, 가구재, 바닥재, 놀이기구소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유럽에서는 아까시나무 목재가 잘 썩지 않는 특성을 인정해 방부 처리를 하지 않은 채 친환경 놀이기구로 제작하고 있다. 한국도 아까시나무를 이용해 안전 인증 어린이 놀이기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돼 있다.

아까시나무 목재를 활용해 만든 어린이 놀이터. 아까시나무는 방부성이 강하기 때문에 방부제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 국립산립과학원 제공

아까시나무 목재를 활용해 만든 어린이 놀이터. 아까시나무는 방부성이 강하기 때문에 방부제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 국립산립과학원 제공

헝가리의 경우는 미국에서 아까시나무를 도입한 뒤 100여년간에 걸쳐 육종 연구를 진행해 통직성·목재생산성 등이 우수한 품종을 육성해왔다. 아까시나무를 통해 좋은 목재 등을 얻으면서 동시 중요한 밀원수종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헝가리 농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림수종으로 헝가리 전체 산림면적(200만㏊)의 23%를 차지한다. 헝가리에서 단일수종으로는 가장 많이 조림되고 있는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다.

김인식 산림과학원 임목자원연구과장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탄소 흡수능력이 우수하고 다목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수종을 육성해야만 한다”면서 “아까시나무는 목재나 밀원으로의 활용성이 높아 임업인 소득 향상과 우리 산림의 탄소흡수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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