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국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개인에서 제도로 확장해야"

2021.12.20 17:29 입력 2021.12.20 17:30 수정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수단 시민이 19일(현지시간) 수도 하르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르툼|EPA연합뉴스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수단 시민이 19일(현지시간) 수도 하르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르툼|EPA연합뉴스

“영광스러운 민주화 혁명은 개인이 아닌 민정과 시민 권력을 위한 것입니다.”

수단 수도 하르툼과 하르툼노스, 옴두르만 등 세 도시에서는 19일(현지시간) 3년 만에 민주화 시위가 다시 일어났다. 수단에서는 2018년 시민 혁명으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축출됐다. 이후 군부·민간 공동통치기구인 주권위원회가 정부를 이끌어갔다. 하지만 지난 10월 쿠데타가 다시 일어났고 눈앞에서 민주주의를 빼앗긴 시민들은 안정적인 민정 이양을 이뤄내기 위해 두달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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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지도. 구글지도 캡쳐

아프리카 대륙 지도. 구글지도 캡쳐

독재와 쿠데타로 얼룩진 아프리카에서 올해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나라는 수단뿐이 아니다. ‘아랍의 봄’의 시작점인 튀니지, ‘아프리카의 마지막 절대군주국’ 에스와티니(옛명 스와질란드)에서도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민주주의 체제 안정을 촉구했다. 쿠데타가 일어난 차드, 말리 등에서도 민주적 절차 없이 권력을 잡은 군부에 저항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싱크탱크인 안보연구소(ISS)의 아프리카 미래 책임자 제이키 실리어스는 “민주화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인 차원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아프리카 민주주의 체제는 계속 불안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는 정권 가족 세습과 개헌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토고에서는 40년 집권한 에야데마 냐싱베 전 대통령에 이어 2005년 아들 포레 냐싱베 대통령이 재임했다. 아버지 냐싱베 전 대통령은 세습을 위해 대통령 입후보 연령 제한을 45세에서 35세로 낮췄다. 차드에서는 30년 넘게 집권한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이 지난 4월 내전 중 사망하자 아들 마하마트 카카가 다스리는 군사 평의회가 권력을 장악했다.

독재자들은 야당 인사와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며 반대 의견을 묵살한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지난 7월 정치적 경쟁자인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했다. 의회 기능도 정지시켰으며 개헌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튀니지 시위대는 이달까지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법대생이 경찰에 살해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 학생을 주축으로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에스와티니에서는 정부가 지난 10월 인터넷을 간헐적으로 차단했다.

군부는 자신들은 독재정권에 맞선 반정부 세력을 대변한다며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있다. 독재와 빈곤으로 민심이 악화된 기니에서는 쿠데타를 일으킨 마마디 둠부야 사령관이 “우리는 더 이상 한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지 않을 것이며 국민에게 정치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당시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 군용 차량을 몰고 온 군인들을 반겼다.

전문가들은 반 민주적 체제가 아프리카의 빈곤을 유지시킨다고 말한다. 독재가 정치인의 부패나 내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전 말리 대통령은 2014년 4000만달러에 달하는 개인 전용 비행기를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방산업체 탈레스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고 무기를 사들인 혐의, 인도계 유력 재벌가 굽타와 결탁해 내각 장관과 국영기업 이사장 선임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도 1년 넘게 티그라이 반군과의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유엔은 티그라이 지역에서 약 40만명이 아사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ISS는 비록 독재 정권이 남아 있지만 일부 아프리카국의 민주주의 문화는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나이지리아, 가나, 감비아가 폭력 없이 지난 수년간 평화로운 민정 이양을 이뤄낸 것은 대표적이다. ISS는 “탄자니아에서도 존 마구풀리 대통령이 지난 3월 사망한 이후 권력이 평화적으로 이양됐고, 이후 탄자니아 사회에 개혁주의 의제가 촉진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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